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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04. 2024

변태 택시 아저씨의 막장 필리핀 드라마

우여곡절끝에 바지를 계산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도 물어물어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는 hello 하며 인사를 건넸고, 나도 리액션 좋게 hello 인사를 했다. 그러다 시작되버린 그의 입담. 나이가 되게 많은 사람. 우리나라로 치면 할아버지 드라이버였다. 그는 짧은 영어로 천천히 말해서 내가 알아듣기에 젊은 드라이버에 비해서는 쉬웠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그나 우리나 영어 수준은 도찐개찐. 그래서 다른 택시 드라이버보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가 모시고 있는 사장님은 한국 여자와 결혼했다며 아무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았던 개인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oh ~ um 등의 추임새를 넣어 리액션했고, I 성향이었던 동생은 듣기 평가를 하듯이 그 내용을 듣고 있었다. 나도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전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기에 동생에게 뭐라는 거야? 라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듣다보니 아저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으니. 오늘은 그 충격적 필리핀 드라마에 대해 털어놓고자 한다. 처음에는 어디에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 하니 자기도 한국어 공부를 회사에서 시켜줘서 했었노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좋은 회사구나 싶었다. 그런데 택시 회사에서 한국어 공부도 시켜주나? 하는 비판적인 의심이 들기는 했었다. 그러더니 자기 보스의 아내가 한국인인데, 내 피부가 그녀와 같다며 피부가 좋다는 말을 했다. 그러더니 본격적으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보스의 아내의 이름을 제시라고 지칭하겠다. 제시는 한국 사람이고 보스의 아내인데 자기는 제시랑 친하다고 했다. 보스가 한국에 가있는 2~3주동안 제시네 집에 갔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그래도 남자 여자인데 보스네 집에 갔다고? 싶은 의구심이 있었지만 대놓고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보스가 보스네 집을 좀 봐달라고 부탁한게 있나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폭발적인 리액션에 택시 기사는 말하면서 재밌었나보다. 마치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무용담으로 늘어놓듯이 자신의 불륜 정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기는 제시가 보고 싶고, 제시는 정말 매력적이며 좋은 여자라고 말했다. 들으면서도 이게 뭐지? 이게 친구 사이에 말할 수 있는 감정인가? 싶은 나만의 친구 기준에 의구심이 들게 했다. 






택시 기사가 말하는 친구라고 하기에는 두 사람은 깊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재 제시는 한국에 있으며 이곳에는 없다고 했다. 그는 제시가 보고 싶다고 말했고, 보스가 없는 날에는 제시와 함께 제시네 집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그전에도 이상했지만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설마가 그 설마였다. 제시는 임신을 했고 한국으로 떠나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낳으러 출산 원정을 간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생과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은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 순간 엄습해오는 불안감. 이 아저씨가 호텔로 제대로 가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리 할아버지라고 하지만 그는 남자였고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여기서부터 N의 상상력은 시작되는데 우리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갈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그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고. 그래서 천망다행이었지만. 그녀가 떠나버려서 자기는 너무 슬프고 그녀가 보고싶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이런 XX을 부하직원으로 둔 그 보스가 진심으로 불쌍했으며 보스 입장에서 감정이 이입됐다. 결국, 당사자에게는 사랑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불륜이었기에. 그래도 임신까지 간건 너무 선 넘은 거다 싶었다. 20대에서 30대 여자 사람들에게 내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임 완전 중요함을 깨달았던 변태 택시 드라이버의 차량 탑승 후기.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그 불안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 불안감이란 이 아저씨가 우릴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로비에 익숙한 내 친구 로저(벨보이지만 친해졌음)의 얼굴을 보니 내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구나 싶었다.






동생에게 다시 한 번 저 택시 아저씨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컨펌받으면서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동생은 그러게 왜 그렇게 미친 리액션으로 화답해줬냐고 했다. 나도 저런 이야기 할 줄은 몰랐지. 이것이 문화 차이인가? 사람의 차이인가 갸우뚱 하는 나였다. 






작가의 말: 그냥 조용히 갈 걸. 가끔은 말한마디 안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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