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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04. 2024

코리안 드렁커와 bottle opener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우리를 반겼다. 너무 찝찝해서 씻고 싶었다. 사실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씻었지만 필리핀 날씨는 너무 더워서 한 번 나갔다 오면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육수 닦으러 다시 욕실에 입실. 아까 씻었기 때문에 샤워 세수 정도 하고 나왔다. 동생은 망고를 먹자며 망고를 잘라놓고 있었고,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잘라놓은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맥주 한 잔 하고 자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병맥주를 샀기 때문에 병따개가 필요했던 것.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던 터라 병따개를 빌리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다. bottle opener가 필요하다고 하니 직원을 보내서 갖다주겠다고. 얼마후 벨이 울리고 시커먼 얼굴에 흰 카라티를 입은 남자직원이 등장했다. 






신나게 맥주병을 따고 잊고 있었는데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다. 아마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던 듯? 다른 방에서도 bottle opener 요청이 들어와서 돌려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프론트에 직접 갖다주어야 하는지 물으니 직원을 보내겠다고 했다. 아까 봤던 까만 얼굴 흰 카라티 조합 직원이 다시 왔다. 그는 수줍게 웃으며 병따개를 받아갔는데 왠지 미안한. 이밤에 왔다갔다 하는 게 미안해서였다. 앞으로는 오자마자 병따개를 빌려 따고 그 직원을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렇게 산미구엘 레몬맛, 오리지널맛을 샀는데 왠 걸 한국 맥주보다 맛있었다. 원래 알콜을 기피하는 주의다 보니 술을 즐겨마시지 않는데, 낯선 곳에서였을까?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여서 였을까. 더워서 였을까. 아무튼 이 3가지가 다 맞았던 걸로. 생각보다 맛있게 산미구엘을 츄르릅했다. 












그렇게 한 잔씩 마시고 너무 피곤했던 일정 때문이었는지 나는 먼저 잠들었다고 한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리의 bottle oppner 사랑은 여전했는데 밤 11시가 넘어 프론트에 전화해서 빌리고는 했다. 그 직원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온 김에 맥주는 마셔야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정말 희안하게도 숙취는 없었고, 나는 애초에 많이 마시지도 않았기에 그랬던 듯하다.  아침 빼고 점심에도 맥주 저녁에도 맥주, 자기전 맥주. 1일 2~3맥주 이상했던 필리핀에서의 그 날들이 그립다. 아 옛날이여~ 벌써 1주일전이네?

알고보니 동생은 술고래였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의 술 플러팅에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망고에 성냥 꽂아서 망고 케익 완성~! 

아무튼 뭔들 이즈. 낯선 곳, 여름밤, 맥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코리안 드렁커 입문과정을 밟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 산미구엘 또 먹고 싶다. 한국에 와서 먹으니 그 맛이 안나는. 역시 현지의 맛이 있긴 있는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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