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의미 May 04. 2024

엘레베이터걸이 NO 내게 손절한 이유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세부의 이마트라고 불리는 메트로 쇼핑몰로 향했다. 아얄라몰 지하1층에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위층에서부터 내려오는 방식으로 쇼핑몰을 구경했다. 그러다 발견한 분홍색 마바지. 이건 보자마자 딱 우리 딸 옷이다 싶은 옷이었다. 요즘 부쩍 콩나물 처럼 자라는 이 친구에게 딱이구나 싶었다. 가격도 499페소로 괜찮은. 한국돈으로 15000원 정도? 거기에 벨트 옵션도 추가 비용없음.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바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후에 직원에게 어디서 계산하냐고 물으니 내려가서 계산해도 된다고 했다. 층마다 계산대가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다소 불편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직원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만 알았다.





그렇게 메트로몰에 내려가니 동생은 열대 과일을 먹어야 된다고 망고를 담았고, 기념품으로 살만한 시식회를 위해 초코 과자와 망고 젤리도 소량 구매했다. 산미구엘 맥주도 샀음은 물론이다. 평소 술을 즐겨 먹지 않은 편이지만 이런데서는 한잔 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나는 조금만 먹고 술고래 동생이 나머지 산미구엘은 사형 집행 하는 걸로. 아무튼 그렇게 꽤 장바구니를 담고 계산하려는데, 여기는 마감시간이 오후9시다. 거의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이곳은 셀프 계산대가 없어서 줄이 많이 밀렸다. 더군다나 우리가 대기하고 있던 캐셔가 뭔가를 잘못했는지 그 줄만 빠지지 않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무한정 기다릴 것 같아서 줄을 갈아탔다. 그렇게 계산하려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위에서 샀던 바지는 메트로에서 계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황당했다. 위에서 직원이 여기서 같이 계산해도 된다고 피력했지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no 뿐이었다. 올라가서 계산하라면서. 그러나 여기는 9시 마감시간이었고, 그것은 위층도 동일한 터였다. 그래서 더듬거리며 나는 아직 이 바지를 계산못했다 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남자 직원이 어딘가로 무전을 쳤다. 실제로 무전기 같은 전화기로 의사소통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남자 직원을 따라갔다. 다시 그렇게 만난 엘레베이터 걸. 남자 직원과 엘베걸은 서로 뭐라뭐라 하더니, 2층에서 계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엘베걸에게 물었다. " follow you? " 그랬더니 엘베걸은 단호하게 말했다. " No! follow him " 사실 나는 엘베걸을 쫓아가는게 아닌 남자 직원을 쫓아가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입술이 follow you를 내뱉었을뿐. 내 입이 문제였던 걸로. 껄껄껄. 아마 엘베걸도 내가 님(엘베걸)이 아닌 그를 지칭했던 것을 알았을 것이다.





동생은 너무 웃겨서 엘베걸의 no를 한동안 따라하며 말했다. 우리는 웃느라 숨도 제대로 못쉴 정도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층 계산대에서 옷을 계산할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 두 명 정도 있었고, 물론 필리핀 현지 사람이었지만. 매장은 이미 마감시간이 약간 지난터라 전직원이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왠지 내가 늦게 계산하는 바람에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미안했다. 여러분 사실 나 그렇게 진상아니에요. 라고 외치고 싶었달까. 그래서 최대한 빨리 조용하게 나갔다. 물론 이 때도 동생과 웃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었던 건 안 비밀. 역시 이래서 모든 것은 확인과 비판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만약 내가 다른 직원에게 이 옷을 여기서 계산 할 수 있는지 사전에 물었더라면 이 고생은 안했겠다 싶은?!






그럼에도 follow you? 와 follow him은 강력했으며, 우리를 웃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어가 헛나오면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렇게 다음날 기념품 사러 메트로에 갔다가 전날 일했던 엘레베이터 걸을 또 만났다고 한다.





 


작가의 말: 동생왈 엘베걸도 우리 알아봤지만 아는척 하지 않는 거랬다.




이전 11화 아얄라몰, 첫 끼 성공적, 영어로 길찾기 까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