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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18. 2024

엄마랑 심야 영화를 봤다.

어느 토요일. 나는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그러다 <3일의 휴가>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엄마 오늘 근무 끝나고 뭐하냐고. 남편에게는 갑작스럽지만 연락을 해서 엄마랑 영화를 보고 싶은데 아이들을 봐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남편은 조금 삐진 척을 하지만 이건 보내줄 각이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차라리 심야영화를 보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우리집과 엄마집은 가까웠지만 역까지 나가야했기에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깜박이를 켜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 장소를 헷갈리신 모양이었다. 내가 차를 돌리는 것보다 엄마가 걸어오는 게 더 빠르기에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장소도 헷갈리는 엄마가 이제는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엄마랑 몇 년만에 보는 영화인지, 연인들도 많았지만 영화 자체가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여서 였는지 가족 단위, 그리고 누가봐도 엄마랑 자식 사이 같은 관람객들이 많았다. 극중 신민아 배우가 딸 역할을 맡았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몰입도가 더 올라갔다. 엄마 역할을 맡은 김혜숙 씨도 엄마 역할에 딱 맞는 싱크로율을 나타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엄마한테 어땠지? 엄마를 창피해했던 게 미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없는 살림에 아픈 남편의 몫까지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는데 그 때 내가 철이 너무 없었던 걸로. 엄마가 학교에 오셨을 때가 있었는데 엄마 이제 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런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었다.





극중 엄마는 다른 집 살림을 하면서 남편없이 아이를 뒷바라지한 엄마 역할로 나오는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버튼이 몇번이나 눌러져서 눈물 짜고 있는데 엄마는 울지 않고 보고 계시더라.(ㅋㅋㅋ) 상영관 곳곳에서 눈물 짜는 어른 아이들을 이 날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그 중 나 자신도 포함이다). 아마 세기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지 않을까 싶다. 남녀 간의 사랑도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만큼 이렇게 헌신적이며, 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사랑은 이세상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런 엄마의 헌신과 사랑으로 극중 딸은 미국 대학 교수가 된다. 딸이 그렇게까지 공부하고 미국 교수가 될 수 있었던 동기는 엄마였다.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뒷바라지 하는지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당하는 것을 보며 공부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이 나온다.






어른이 된 이후 엄마는 딸을 몇 번 찾아가지만 나 살기에도 바쁜 딸은 그런 엄마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지 못한다. 왜 연락도 안하고 왔냐. 나 지금 너무 바쁘다.(실제로 극중 딸은 매우 바빠보이기는 했다.) 가끔 나에게도 볼 수 있는 모습이라 할말이 없는. 지금은 애들을 낳고 조금 부드러워진 점은 있지만 딸에게 엄마란 내 모든 것을 받아줄 것만 같은 존재여서 그런지 4가지 없게 대할 때가 있다.(그렇다고 엄마에게 4가지 없게 대하라는 것은 아님 주의.) 결국 그 엄마는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시는데 그 이후 딸은 엄마한테 못해준 마음 때문이었는지 잘 나가던 대학을 휴직? 혹은 퇴사 형식으로 그만두고 한국 산골짜기에 돌아와서 엄마가 하던 백반집을 운영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 장면을 보고 생각해보니 나도 엄마한테 밥을 해준 적이 신혼 때 이후 없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항상 친정에 가서 아빠가 차려준 밥만 먹었던 나였다.(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기타 등등)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가 아팠을 때, 우리가 살면서 힘들었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너희들이 잘 커줘서 고맙다고.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다른 집 남편들은 차로 아내를 데리러 오는데 엄마는 우리집 남편은 올 수 없는 남편이라 참 외로웠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엄마이자 아내가 된 나는 그런 엄마를 100% 이해할 수 있다. 우리집은 남편이 나를 데리러 오기보다 내가 남편을 데리러 가는 편이기는 하지만, 든든하게 기댈 수 없는 남편이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으니까 말이다. 지나고 보니 엄마는 지금 이렇게 사는 것만으로도 예전에 비하면 너무 행복하다고 말았다. 그래도 남편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다른데 아빠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엄마가 정말 더 아프기전에, 돌아가시기전에 밥이라도 한끼 차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고 그것을 곧 실천에 옮기게 된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엄마에게 따뜻한 밥 한 상 차려드린 게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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