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베트남에 갔을때만 해도 마사지에 대한 기대가 참컸었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언니들이 발도 씻겨주고 전신 마사지를 해준다. 영어를 해야해? 베트남어를 해야해? 고민했는데 다들 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줄 알더라. 괜히 고민했다. 아무튼 첫 베트남에서의 마사지는 세신이 너무 괜찮았던걸로. 마사지는 쩜쩜. 평소 마사지를 꾸준히 받는터라 이 사람이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마사지가 시원한지 아닌지는 구분이 가능하다. 베트남에서는 사장님이 피부 케어까지 추천해서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비추. 나는 유분이 많은 지성피부인데 피부가 맨들맨들 해지기는 했지만 비비크림? 썬크림? 같은걸 발라주는데 너무 얼굴이 하얗게 떴더라. 아무튼 그렇게하고 손발톱 관리, 각질 관리까지 해서 한화로 10만원 조금 넘게 낸 것 같은데 세신에 마사지 90분인가 패키지인 부분을 생각하면 그래도 엄청 싼편. 그럼에도 굳이 한다면 세신에 발각질 정도를 추천한다. 마사지를 받을거라면 120분 말고 60분으로.
베트남 마사지, 필리핀 마사지를 받아본 평은 이렇다. 사람마다 몸과 근육량. 아픈 부위가(받고 싶은 부위) 다 다른데 그걸 일률적으로 패키지, 혹은 90분 120분 이런식으로 정해서 똑같은 마사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이걸 알게된 것은 이번에 동생과 필리핀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랑 나랑 체격도 근육량도 아픈 부위도 다른데 둘이 마사지 하는 방식이 똑같았던 것. 특히 스트레칭을 한다고 내 허리를 들어올렸을 때는 마사지 받기전보다 허리가 더 아팠다. 그리고 더 하면 허리통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연신 stop stop stop stop!을 외쳤다. 받다가 통증 심하거나 어디 뼈나 근육이 잘못될 것 같으면 다급하게 stop stop을 외쳐야 한다. 내돈내산인데 받다가 병원행이 될수도 있다. 나에게는 그 순간이 긴박했다. 마사지사가 정해진 마사지 코스대로 해버릴까봐. 스트레칭도 각자 관절 가동 범위나 젖혀지는 범위가 다 다른데 나를 담당한 마사지사는 압은 훌륭했지만 아팠고. 정작 중요한 목, 어깨 등은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깨, 목 부위를 조금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등 마사지를 많이 해준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렇게 두 나라 마사지를 받아보니 역시 비싸긴 해도 한국 마사지 선생님에게 받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분위기를 내려고 잠깐 받는 건 괜찮으나 혈액 순환이 잘되고 몸이 풀리는 마사지를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다. 그런거 기대안하고 받으면 괜찮지만 몸이 정말 안좋고 피로를 풀고 싶은 마사지를 원한다면 한국에서 일잘하는 마사지사에게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웰컴티나 깨끗한 시설, 오픈한지 정말 얼마 안됐기에 짐도 맡길 수 있고 샤워까지 하고 갈 수 있다. 또 공항 픽업 무료 서비스는 한화로 7만원 정도지만 해볼만 했다. 막탄 공항까지 택시비만 해도.. 세부시티내에서는 꽤 나오므로. 그냥 동생과 마사지 받으며 추억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중간 중간 손님 아프세요 라고 물어봐주는 친절한 필리핀 마사지사들. 팁 드리니 엄청 좋아하시더라는. 팁 줄만큼 마사지 효과는 비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늦은 시각까지 수고해주셔서 감사했다. 동생을 담당한 마사지사도 나를 담당한 마사지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건 손끝에서 느껴졌다. 데스크에는 한국인 ceo가 있었고 한국말 잘하는 필리핀 직원도 있었는데 영어를 1도 할 필요가 없다. 다들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수 있고, 한국말로 마사지 잘 받으셨냐고 물어본다. 잘 받았다하니
" thank you mamm "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장난식으로 그녀에게 똑같이 그녀의 말투를 따라했다. 그러더니 데스크의 그녀는 막 웃으면서 다음에 언제 필리핀에 오면 여기에 또 들려달란다. 실제로 가족들도 패키지로 많이 왔다. 베이비 마사지 코스도 있다. 그 와중에 나는 아이폰 충전이 되냐하니 충전이 된단다. 물론 내 충전기를 가져갔다. 마사지후 샤워를 했는데 끕끕함이 흐르는 물과 같이 씻겨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곳도 배수구 물빠짐은 잘 되지 않았다. 하필 내 자리가 바로 물이 빠지는 최종(?) 배수구 자리였는데 동생이 물을 틀고 나까지 물틀고 씻으니 물이 한강 그 잡채.. 발목까지 잠겼다. 나는 다급하게 동생에게
" OO아. 헹구지 않을 때는 물을 좀 꺼줄 수 있니? 내 자리옆에 바로 배수구가 있는데 여기 한강됐어. "
" 아 그래요? 하면서 물을 잠가주었다.
아무튼 물을 잠깐 쓰지 않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배수구 물넘침은 어쩔 수 없었다. 얼른 씻고 여기를 나가고 싶은 마음뿐. 신축이라서 혹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필리핀은 상하수도 시설이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기서 다시 생각나는 대한민국 상하수도 시설 최고! 아이러브 코리아. 수압쎄고 배수구 시원하게 내려가는 우리나라 만세! 우리가 갔던 곳은 누스파 라는 곳이었는데 시티투어와 연계된 곳이었다. 100페소인가 200페소씩 빼준 것 같다. 시설은 깔끔하고 친절하고 효과 대비 비용은 싸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공항 굿바이팩은 샤워하고 공항까지 데려다주니 해볼만하다. 그러나 큰 돈 쓰지 말고 적은 돈만 쓰시길 바라며, 마사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받으면 괜찮다. 오일 마사지는 받을 때만 시원하다. 웬만하면 건식 마사지(dry)를 받으시기를 바란다. 지속력이 건식 마사지가 더 좋다.
동남아 여행하면 필수코스 중 하나가 마사지인데 그럼에도 한국보다 싸다고 해서 내돈내산 마사지 받았는데 돈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가성비 인간이라 마사지에 너무 힘을 줬나?(여기서 힘을 줬다는 건 120분을 해서 비용이 더 비쌌다는 점)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좋아하는 동생과 입국하기전 아무튼 누군가 내 몸을 만져준다는 것만으로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다. 또, 샤워도 하고 입국전 편하게 공항까지 간다는 느낌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동생과의 추억만들기에 포커스를 두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그래 해외와서 경험해본다 생각하지 뭐. 만약 다음에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또 동남아에 갈 일이 있다면 마사지가 필수 코스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만약 받게 된다면 최소한으로 받을 것 같다. 비용적인 부분에서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메리트가 있으나 이것도 환율마다 다르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작가의 말: 그럼에도 출국패키지는 넘나 편한. 덕분에 개운하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상쾌 쓰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