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멀어진 이유(4)

by 유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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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nahbusing, 출처 Unsplash






기쁠 때 나를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슬플 때 나 대신 울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병동 간호사로 일할 때 나는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하루하루 견뎌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 힘듬을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말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딥한 내용까지는 말하지는 않았다.

남편은 일반인이었고, 내가 힘들다고 해도 그 깊이를 이 사람이 과연 알아줄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야. 남편에게 말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관계적으로도 힘들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이건 내가 일이 나아져야 편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병동근무를 할 때는 집에서도 날카로웠고 예민했다.

남편은 내가 힘들어서 그런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이 사람 또 왜 이러나 싶었을지도 모른다.

딥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집안일을 최대한 해놓고 나가려했다.

내가 나이트(10pm ~ 6am)에 들어가는 날이면 내가 나가기 전에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왔다.

둘다 서로 지치고 힘들 때라 나이트 출근할 때면 거의 싸우고 나갔던 것 같다.





당시 내가 바랬던 건 조금 예민하더라도 집에서라도 따뜻하게 나를 이해해주고

수용해주는 남편의 모습을 원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직장생활도 힘들었으며, 그에게도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엄마가 집을 나서고 나면 울어 제끼는 둘째를 보살피는 것도, 첫째를 다독이는 것도 남편의 몫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교대 근무를 하면서부터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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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출근하더라도 일의 업무량은 적지 않았다. 출근 전 남편과 싸움이라니

정말 최악이었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런 감정까지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 병원 발령받았을 때, 남편이 그 때처럼 나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줬으면 하고 바랬지만

남편은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아마 그로서도 그에게만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남편은 내가 이브닝, 나이트, 주말 근무를 할 때마다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물론 나도 아이들을 돌봤지만 교대 근무 전보다는 남편이 아이들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남편 나름대로 스트레스 였을 것도 같다. 그 와중에 남편의 입원사태가 터졌고,

나는 근무중이라 당시 갈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남편은 여사친에게 연락을 했고

그 사람이 병원에 데려다 줬다고 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했다. 왜냐하면 그 여사친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남편은 나에게 충전기와 속옷 등을 챙겨달라고 했는데

나는 도무지 남편의 병원에 들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때 나를 대신해 남편에게 충전기를 갔다주었던 것도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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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dericorespini, 출처 Unsplash






남편이 퇴원하던 날 아침, 남편이 퇴원한다고 연락이 왔다.

언제 오냐고 물어보니 퇴원수속을 거의 다했고, 그 여사친과 밥을 먹고 들어오겠다고 했다.

나는 왠지 그 때 부터 찜찜했던 것 같다. 왜 그 사람이랑 단 둘이 밥을 먹냐고 했다.

그랬더니 아플 때 나를 챙겨줘서 고마워서 그런다고 했다.

그래도 단 둘이 먹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다음에 먹기로 했다면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아플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입원으로 인해 바뀐 내 근무 스케쥴, 친정 부모님의 도움,

병동의 배려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다.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아플 때 내가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고

나는 나대로 남편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내가 겪은 어려움, 힘든 마음을 호소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만 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평행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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