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4년, 결혼 8년 차.
우리는 서로를 정말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나의 언어와 남편의 언어가 다른 느낌.
나는 A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B라는 이야기를 했다.
서로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내 이야기만, 내 마음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남편은 내가 하는 말을 본인을 비난하는 말, 공격하는 말로 들었고
나는 남편이 하는 말이 왜 저렇게 본인이 나로 인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
피해의식이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딴에는 오해를 받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여자였으니까.
대화를 하면 할수록 다툼이 번져갔고 아 이사람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더해졌다.
신혼초에는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었던 남편이 이제는 전부 다 받아주지 않았다.
항상 먼저 사과했던 남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는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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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남편이 나에게 맞춰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남편도 나에게 사랑받고 싶고 내가 맞춰주기를 바라는 게 있었다.
남편이 자라온 시간을 되감아보니 늘 양보하고 나보다는 타인의 욕구,
타인의 기대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첫째였고 동생이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족의 빚을 갚았다고 한다.
나로서는 음 부모님이 진 빚인데 부모님이 갚아야지. 그걸 왜 이 사람이 갚아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타인의 요구, 반응에 귀를 더 기울이는 사람. 타인의 반응에 대해 민감한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다른 사람의 요구, 기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나의 내면의 소리,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더 중요했다.
타인의 시선, 반응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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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른 두 사람이 만나다보니 남편은 상대적으로 스스로 내가 남편에게
맞추는 것보다는나에게 맞춰준다는 마음이 더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연애 때는 참아줄 수 있었지만 결혼 하고 나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거다.
나는 남편의 그 모습을 이 사람은 나의 모든 것을 수용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했다.
나중에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이 사람을 보았으며,
어느 한 쪽이 지속적으로 맞춰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입장에서는 남편을 잘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도 드는 반면,
연애할 때와 현재의 모습의 갭차이가 너무 커서 속았다는 억울함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남편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면 시켜준다.
마트에 가서 생필품이나 시장 볼 때 내가 보기에는 안사도 되는 품목이지만
남편이 사고 싶다고 하면 사라고 한다.(남편 또한 나한테 사도 되냐고 물어보는 편)
그리고 실제로 엄청 비싼 것을 사지도 않는다.
남편이 과거에는 하고 싶은 것들을 억누르고 참고 살았다면
나랑 사는 동안에는 조금씩 나다운 모습을 찾아갔으면 하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남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다.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다시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고 거리를 좁혀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