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 CT(뇌 CT)상 소뇌경색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더 정밀한 확인을 위해 MRI를 찍겠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동의서에 사인했다. MRI 상에서는 소뇌경색이 진행되면서 급성으로 뇌부종이 생겼고,
뇌부종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진행되서 당장 수술하는 케이스라고 했다.
뇌부종이 생긴 원인은 이랬다. 아빠는 EKG(심전도)상에서 부정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맥박 뛰는 것도 불규칙하고 심방세동도 있었는데 brain stem(뇌줄기)로 가는 부분에 경색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그 부위가 하필 소뇌부위였고 그로인해 경색이 일어나면서 뇌가 급속도로 부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의문이 떠올랐다.
1차적으로 낙상이 일어나기 전, 이런 순환기 내과적인 문제에 대해 적절한 치료가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치료라 하면 약물치료, 부정맥이나 심방세동에 대한 약이 투여됐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 정도로 뇌줄기에 경색을 일으킬 정도였다면 약물 치료나 시술 등을 해야하는 케이스이지 않았을까?
경과를 지켜보다가 오히려 치료할 시기를 놓친 게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또, 2차적인 문제는 아빠가 낙상한 걸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어떻게 넘어졌는지 몰랐다.
그래서 이게 낙상하면서 머리를 부딪쳐서 뇌경색+뇌부종이 진행된 건지, 아니면 지켜보고 있던(괜찮아서 약물 치료 정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뇌경색이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몰랐다는 거.
나는 이 부분이 답답했다. 그리고 이제와서 그걸 알면 뭐 어쩔건가 싶기도 했다.
낙상이 일어나면.. 1차적으로는 병원 책임이다. 애초에 원무과에서 왜 포괄병동으로
어레인지(병실 배정)를 했는지,동생과 아빠에게 낙상에 대한 부분을 설명했는지,
1인실에 코로나 확진이라 어쩔 수 없는 건 알겠지만 보호자를 집에 가라고 한 것, PCR 검사 후 간병인을
쓸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 설명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다.
일단 다시 돌아와서 아빠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뇌부종으로 뇌압 상승, 뇌에 부종이 생겨
뇌교를 누르고 연수 부분까지 누를 수 있는 상황. 연수는 호흡 등 우리 몸의 중요한 부분을 조절하는 지라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소뇌 자체가 보행, 평형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서 이 쪽도 계속 눌리다 보면
뇌손상이 나타날 것이며 그로 인해 후유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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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빠는 호흡기 병동에서 중환자실로 바로 T/F(전동) 되었다.
intubation(기도삽관)을 하고 ventilator(인공 호흡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C-line(중심 정맥관), foley(소변줄), A-line(동맥 확보) 등
수술 준비를 하기 위해 많은 drain(배액관)들을 달았다.
수술명은 후두부 절개술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후두부 뼈를 제거해서 뇌부종이 뇌간을 누르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거라고 했다.
수술 하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사망한다고 했다. 보호자로서 선택권이 없었다.
아빠는 너무 젊었고, 우리는 아빠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수술 예후는 좋지 않다고 했다. 수술 후에도 사망 가능성이나 뇌손상 가능성이 있어
예전처럼 보행 등이 어려울 수 있고 후유 장애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막연하게 수술만 하면 좋아질 겁니다 라는 말은 역시 하지 않았다.
물론 최악의 가능성도 설명한거라 생각하지만,
과연 이 설명을 듣고 수술을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risk(위험성)가 있는 수술이었다.
만약 예후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아빠 성격상 나를 왜 살렸냐 그러실 것 같았다.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기까지도 제법 기다려야 했다. 30분 정도 기다린 후 작성할 수 있었다.
응급 수술이라고 했지만 오전이 지나갈 때까지 빈 수술방이 없었고,
오후 2시 가까이 되서야 수술에 들어갔다.
나는 친척들과 엄마에게 아빠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계속 기다릴 수 없었던 나는
동생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원하는 아이들을 픽업해야 했다.)
엄마가 아빠 수술방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 역시 간절히 기도했다. 이 수술이 잘 되기를, 아빠가 살아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