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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Aug 15. 2023

결국 낙상하고 말았다

아빠는 응급실에서 뇌경색 판정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양성이 나와 

호흡기병동 1인실로 가야한다고 했다. 

보호자 출입도 되지 않아 내심 걱정했었다. 간병인을 구해야할까 혼자 고민하기도 했다. 

동생 말로는 원무과에서 보호자 간병도 안된다고 했다고 했다. 





나는 사실 이 부분이 매우 아쉽다. 

병실 배치에 대한 부분 말이다. 

만약 내가 설명을 들었더라면 달라졌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는 아빠는 낙상 고위험 환자였다. 

언제 넘어져도 이상하지 않는. 

그런데다가 환자는 지속적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뇌경색이 있었고, 구토를 했다. 

동생 말로는 장염과 같이 온 것 같다고 해서 금식하고 수액치료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아빠는 응급실 대기후 병실 자리가 나서 1인실로 옮겨졌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참 여러가지 였는데, 아빠 실비 보험을 조금 들어드릴걸. 

부모님이 드신 보험이 있긴 하나 옛날, 보장이 잘 되지 않는 보험과 종신보험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이번에 아파트 입주를 하면서 해약했다. 

나라에서 해준 국민건강보험 밖에 없는 상황. 








아빠한테 아이들을 봐달라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등등. 

진작에 엄마 아빠한테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돌봄 선생님을 구할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빠가 아프고 나서야 부모님이 건강하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걱정이 되어 아빠에게 자주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다. 지금은 너무 어지러워서 통화를 못하겠다고 했다. 





아빠에게는 대변 볼 때만 콜벨 눌러서 간호 조무사 부축하에 다녀오라고 했다. 

나머지 소변은 소변기에 보고 비워달라고 하라고 했다. 

아빠는 알겠다고 " ㅇㅇ " 답장을 보냈다.






이번에 낙상하면 정말 많이 다친다고 이런 애매한 순간에 환자들이 많이 넘어진다며 

아빠에게 신신당부했다. 기저귀를 차도 좋으니 체면 생각하지 말고 밤에는 기저귀를 하라고 

까지 말했다.(아빠 성격에 절대 그럴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낙상하는 것보다 이게 낫다며 설득했다. 


 

 




© nate_dumlao, 출처 Unsplash








그러나 약 24시간 뒤 오전 7시 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안녕하세요 OOO님 보호자 되시나요? 여기 OO 병동 인데요. 

OOO님 새벽 4시경 낙상했습니다. 낙상했을 당시 혈압도 괜찮고 지금 상태는 괜찮으세요. " 



" 어쩌다가 낙상했나요? 



" 잘은 모르겠는데 새벽 4시에 쿵 소리가 나서 가보니 소변기가 옆에 있었어요. 

소변기가 옆에 있었던 걸로 보아 그걸 주우려다가 그런 것 같아요. " 



" 주치의 선생님이 CT를 찍어보자고 했는데 보호자(아내=나에게는 엄마)분이 거부하신 상황이라 

CT는 못찍었습니다. 현재는 괜찮으니 저희도 지켜보겠습니다. 혹시 환자 분 상태변화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그 병원은 내 전 직장이었고, 병원 모든 사람들이 내가 간호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낙상했는데 그래도 찍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찝찝함이 있었다. 

엄마는 안 찍어봐도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30분도 안 되어 병원에서 또 전화가 왔다. 



" 안녕하세요. OO병원입니다. OOO님 보호자 맞으신가요? " 



" 네. 혹시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 



" 아까는 괜찮으셨는데 지금 횡설수설하고 mental change(의식 변화)가 온 것 같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바로 응급으로 brain CT(뇌 CT) 진행하자고 하세요. 그런데 아까 아내분이 거부하셔서요. 

혹시 CT 찍는데 동의 하시나요? " 



" 네 지금 빨리 찍어야 할 것 같고, 동의합니다. " 

  









알고 보니 처음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고 하는데 엄마가 CT촬영을 거부했다고 한다. 

엄마는 괜찮을거라면서 아빠랑 통화했는데 아빠가 말하는 것도 대답도 멀쩡하더라 했다. 

역시 찝찝할 때는 직감대로 가는 게 맞다. 





뱃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이제부터가 골든 타임과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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