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아빠는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술이 끝나고 보호자를 찾는 전화가 왔다. 수술실 앞에서 엄마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집에 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를 지키지 않은 엄마에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지만
(그 상황에 집에 가버린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엄마한테 아이들을 봐달라고 하고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주치의는 나와 동생을 만나서 꼭 설명할 게 있다고 했다.
어떻게 운전해서 갔는 지 모르겠다. 병원에 도착했고 중환자실 앞에서 벨을 눌렀다.
중환자실에 입실하면서 필요한 기저귀와 물품들을 간호사가 알려주었고
주치의 면담은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마침 주치의가 응급실 당직이라고 했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기다렸다.
거의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주치의는 오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안 좋은 환자가 있어서 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우리는 기다리다 지쳐서 집에 가겠다고 했다.
간호사는 당황하더니 주치의에게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주치의는 꼭 설명할 게 있어서 그렇다면서 조금단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너무 오래 엄마한테 맡겨놓을 수는 없었다.
내가 직접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동생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이 주치의 설명을 잘 듣겠다고 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고 했고 동생은 알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을 씻기고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고 있던 중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주치의에게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며 나에게 해석을 요청했다.
들어보니 수술은 굉장히 잘 끝났고, 뇌부종, 뇌압이 높아서 이 부분을 포커스로 컨트롤 한다고 했다.
저체온 요법을 7일 정도해서 뇌압과 뇌부종을 낮춘다고 했다.
그러나 저체온 요법은 인체 기전상 오래 쓸 수 없는 방법이라고 했다.
저체온 요법을 하면서 일부러 재우는 약을 투여하여 뇌압과 뇌부종을 감소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뇌실배액장치(EVD)를 수술하면서 가지고 나왔다.
그 쪽으로 뇌척수액을 빼서 뇌부종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뇌척수액양도 조절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플랜이 세워졌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빠가 얼른 의식을 회복하는 것,
자발 호흡이 되고 가지고 있는 drain(배액관: 예를 들면 소변줄, 중심정맥관 등등)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었다. 수술 후 infection(감염)이 되지 않기를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 betoframe, 출처 Unsplash
후에 외래에서 집도의 교수님과 면담을 잡아줬다.
원인은 a-fib(심방세동) 으로 인해 brain stem(뇌줄기)이 막혀서 그렇다고 했는데
하필 막힌 뇌줄기가 소뇌쪽이었다. 그래서 약간 산소 공급이 안되는 시간이 있었고 손상이 되었다고 했다.
급속도로 뇌부종이 빨리 진행되면서 pons(뇌교)를 눌렀고 그래서 산소공급이 안되는 시간이 있었고
뇌손상이 진행됐을거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결론이 어쨌다는 거지? 싶었다.
교수님은 2주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빠가 생사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술은 매우 잘 되었다고 했다.
수술은 잘 되었는데 왜 의식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아직도 뇌부종은 잡히지 않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미 손상되버린 뇌는 수술을 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2~3일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빠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여서 신체보호대를 착용했음에도 EVD(뇌실배액장치: 뇌척수액을 배액함)에서 infection(감염) 소견이 발견됐다고 했다.
피검사상 염증수치도 높다고 했다. 중추신경계 감염을 의심한다고 하며 열이 나서 저체온 요법을 더 연장한다고 했다. 그래서 EVD를 제거후 항생제를 투여할 것이며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후에 lumbar drain(허리 쪽으로 뇌척수액을 배액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아빠가 갑작스런 수술을 받게 된 후 나는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빠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 걱정이 덜 할 것 같은데
코로나 상황 + 아빠 컨디션 자체가 좋지 않았으며, 중환자실에 계셔서 면회 자체가 불가했다.
아빠를 만날 수 없는 데다가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다 안 좋아졌다는 전화 뿐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너무 걱정됐던 나머지 꿈에서 아빠가 나오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일을 하면서도 아빠 생각이 나서 울었다.
집안에 남아있는 아빠의 흔적을 보면서 엄마랑 이야기하면서 또 울었다.
엄마는 지난번에는(20년전 첫 발병시) 3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의식이 안 돌아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빠가 꼭 괜찮아져서 일어날 것만 같다고 했다.
나는 아빠일을 계기로 더 기도하게 되었다. 이번에 아빠를 꼭 살려달라고,
아직 돌아가시기에는 너무 젊고 아빠랑 못해 본 일이 많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이 때는 온 몸으로 예민할 때라 누가 아빠 상태를 물어보는 말에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차라리 암이었다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원래 아팠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라도 할텐데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뇌경색은 너무 빨리 진행됐다. 골든 타임을 잘 지켜서 금방 퇴원할 거라 생각했던 아빠는
거의 1달 정도 입원했다.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엄마는 괜히 수술한 거 아니냐면서 저 상태에서 의식도 깨어나지 않고 혼수상태이면
어떡하냐고 했다. 나에게는 최악의 수까지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엄마도 혼란스러웠던 건 마찬가지였다.
엄마랑 나랑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엄마에게 지금은 초 급성기라 조금만 더 치료해보자고 했다. 아직은 아빠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엄마는 내가 그렇다면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고 했다.
그 당시 우리는 아빠를 지금은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 ante_kant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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