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서 생각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수영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예능프로에 박태환이 수영복을 입고 다시 돌아왔다.
2021m 릴레이 수영하면서 1m 수영하면 마스크 10장씩, 약 2만여 장의 마스크를 어려운 친구들에게 기부하는 도전이었다. 어린 윌리엄과 벤틀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작은 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윌과 벤을 보면서 ‘나이가 어릴 때 운동을 배워야 한다’ 것을 다시 생각했다. <슈돌>을 보면서 수영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영을 할 수 없었다. 25년간 다닌 헬스클럽까지 탈퇴하고 하니 거기에 딸린 수영장을 갈 수 없는 것이 제일 아쉬웠다. 공공수영장은 아직 인원 제한이 있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수영하고 난 후의 기분은 다른 운동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한 상쾌함이 있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수영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접영을 끝까지 배우지 못한 점이다. 접영은 어렵기도 했고 허리에도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더 이상 배울 생각을 접었다. 다만 자연스럽게 반환점을 ‘터닝’하는 방법은 배우고 싶었다. 25미터 수영장을 돌면서 턴을 제대로 못하면 반환점을 도는 순간에 몸의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왠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가끔 유연하게 반환점을 도는 사람을 보면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자유형과 평형도 혼자 배웠기 때문에 스스로 배우고자 했다. 아마 약 2~3년 전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다.
처음에는 수영장에서 터닝을 잘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제대로 터닝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서 궁리하다가 유튜브에 가서 “수영 터닝” 검색어를 쳤다. 퀵턴, 플립턴, 사이드턴 등 여러 가지 동영상이 주르륵 떴다. 이제는 배우려는 마음만 있으면 유명 강사들의 영상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을 실감했다. 유심히 여러 동영상을 보면서 퀵턴이 플립턴과 같은 뜻이라는 것도 알고 우선 ‘사이드턴’을 배우기로 하였다.
그나마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해 이론을 익힌 후, 머리로 이해를 했으니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들떤 마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막상 수영장에서 실제로 하면 잘 되지 않았다. 반환점을 도는 순간에 너무 급하게 터닝을 하였다. 오랜 습관이었다. 익숙하지 않으면 급해지고 불안하기 마련이다. 터닝하는 그 결정적인 순간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잡을 수가 없다. 턴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나가서 수영장 벽을 발로 힘차게 차고 나갈 시간이 없다. 몇 번을 반복적으로 연습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려웠다.
실망한 마음으로 다시 집에 돌아와 유튜브를 자세히 보았다.
턴 하는 순간에 발이 수영장 벽을 힘껏 찰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잡지 못했다. 다시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하고 나니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 익숙한 습관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반환점에서 상체를 빠르게 낚아채지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리듬을 놓쳐 버렸다. 예전에 나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이미 몸으로 익힌 자동화된 ‘절차기억’이 오히려 방해꾼이 되었다.
절차기억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몸으로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그 예로는 자전거를 한번 배우면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언제든지 필요할 때는 다시 끄집어내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장기기억 가운데 절차기억과는 또 다른 기억이 명시적 기억이다. 명시적 기억은 시험을 대비해 단어를 외우거나 혹은 에피소드를 통해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절차기억은 운동이나 악기를 배우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 필요한 기억 방법이다. 거의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번 몸으로 배우고 익힌 것을 자동화시키면 뇌는 더 이상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뇌의 에너지 최적화 방법이다. 내가 굳이 머리를 쓰면서 의식하고 생각할 필요 없이 몸이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다. 뇌는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진화된 방식이다. 그래서 반복된 연습을 거친 후 운전을 하면 어느 순간부터 운전 방법을 의식하지 않아도 운전할 수 있다. 일상에서도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할 때, 혹은 밥을 먹는 습관까지도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이다.
걷는 방법도 어릴 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배운 절차기억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면서 먹는 방법 또한 절차기억이다. 이렇게 절차기억은 한번 익히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절차기억으로 고정되면 고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의학계에서는 사람의 행동이 절차기억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나이가 들수록 다시 지워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은 발견했다. 그래서 몸으로 익힌 절차기억은 지우기도 또한 고치기도 어려운 이유이다.
나 역시 한번 익힌 수영법을 다시 고치려면 그 이전에 익혀서 절차기억으로 저장된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수정해야 한다. 운동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좋은 방법으로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타당하다. 습관도 아침의 양치질처럼 반복된 절차기억으로 만들어진다. 지금 나는 노트북으로 양손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 독수리 타법으로 타이핑을 배운 사람은 좀처럼 양손으로 치지 못한다. 한번 익힌 절차기억은 수정하기가 그토록 어렵다.
절차기억은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재생되기 때문에 몸이 가는 대로 놔두면 죽을 때까지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버릇이 있고, 실패하는 사람에게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버릇이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면 나쁜 습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박태환도 시합 전에 항상 루틴을 갖고 있다. 모든 운동선수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루틴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의식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틴이라는 행동을 통해 의식할 필요 없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도 있고 나쁜 버릇은 교정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밥을 먹을 때도 의식하지 않으면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하자. 아마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터득한 절차기억일 것이다. 자동화된 습관을 행하는 과정에서 의식하면서 고치는 훈련이 필요하다. 먹는 과정을 루틴으로 만들어 그 급하게 먹는 순간을 포착해서 의식하면 고칠 수 있다.
이미 습관이 된 상태에서 의식한다는 것은 사실 실제로 하면 어렵다. 하지만 루틴을 만들어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 또한 환경을 바꾸면서 습관을 바꿀 수도 있다. 급하게 먹는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작게 먹을 수 있도록 밥공기를 반으로 줄이는 것도 습관을 바꾸는 좋은 방법이다.
오래된 나쁜 버릇, 루틴을 만들어 그 과정에서 의식하면 지금도 고칠 수 있을까?
반복된 연습과 루틴으로 결국 ‘사이트턴’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제일 먼저 수영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또 무엇을 시도해 볼까?
Photo by Serena Repice Lentin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