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보름살이 (14)

드디어 단풍을 만나다

by 촌개구리

며칠 전부터 '2025 거제섬꽃축제'가 11.1~11.9일까지 열린다는 거리의 현수막을 보고 아내가 좋아하는 꽃을 거제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늘 가 보기로 하고 숙소에서 10시에 출발했다.

축제가 열리는 '거제시농업개발원'을 목적지로 네비에 찍고 가는데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차들이 꼬리를 물고 밀리기 시작해 꽉 막혔다. 거제인구 23만 명과 관광객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오늘은 관람을 포기하고 차를 돌렸다.


내일 가보려고 했던 와현 봉수대로 방향을 틀어 달리는데 거제는 남쪽이라 단풍이 늦게 물들어 은행나무에 이제 단풍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망치고개에 오르자 도로 옆 주차장에 차들이 여러 대 세워있고 '황제의 길'이란 표지석이 있어 뭔가 궁금해 차를 세웠다.


황제의 길은 동부면과 일운면의 경계인 망치고개부터 망치 삼거리까지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참전해 준 고마운 나라 에티오피아의 셀라시 황제 내한 시 공식행사를 마치고 거제도에 와서 쪽빛 바다가 보이는 뛰어난 자연경관에 반해 7번이나 원더풀을 외쳤다고 해서 황제의 길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우리는 차에서 내린 김에 '북병산'등산을 하기로 하고 등산로에 들어서니 상당히 가파르고 암벽도 많아 안전에 조심하며 올라갔다. 1차 전망대에 오르자 우측은 노자산과 가라산, 좌측은 북병산 정상, 뒤로는 지난번 방문한 구천댐, 전방은 공곶이, 내도, 외도, 해금강이 보이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했다.

465m 정상에 오르자 이번 거제 여행 중에는 단풍구경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울긋불긋 고운 단풍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누군가 정상에서 드론으로 북병산 단풍을 찍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산에서 내려와 점심은 구조라해변이 보이는 맛집인 생선구이(장문볼락, 가자미, 고등어) 시켜 등산 후 땀 흘리고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먹었다.

다음 코스는 지세포리 망산(303m) 정상에 위치한 와현 봉수대로 올라가자 삿갓 모앙의 봉수대가 보였다. 봉수대에 오르니 360도 파노라마처럼 한려수도 바다가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와현 봉수대는 구조라진의 배후에서 해상의 왜구 출현을 관찰하며 이를 수군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15세기 무렵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봉수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으로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중요한 곳이다.


봉수대를 내려오며 느낀 것은 거제에는 전망 좋은 숨은 명소가 너무 많아 우리처럼 구석구석 찾아 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다만 사람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조용해서 좋기도 하다.

둘째 날 노자산 등반 시 한려해상 최고 전망을 이미 경험했고 오늘도 역시 한려해상의 절경과 함께 아직 단풍명소로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지만 단풍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덕분에 하체가 더 튼튼해져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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