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보름살이 (15)

거제의 마지막 밤

by 촌개구리

아침에 일어나 거실 창문을 여니 들어오는 공기가 좀 차가워졌다. 서울은 체감온도가 영하라던데 거제는 4~17도로 따듯한 편이다. 날씨에 맞춰 옷을 챙겨 어제 방문하다 발길을 돌린 거제시농업개발원으로 출발했다.


거제섬꽃축제장에 도착하니 해양관광지 거제에 '거제섬꽃, 평화의 꽃을 피우다'라는 슬로건으로 가을꽃의 향연, 우리 농업 둘러보기,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공연, 각종 경연대회와 체험행사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꽃을 워낙 좋아하는 아내는 물 만난 고기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가을꽃 축제를 즐겼다. 야외 꽃 전시장에 가을꽃과 국화조형물 등 다양하게 볼 수 있었고 기존 농업기술센터 내부에 있는 야생초, 난 온실전시관도 눈에 들어왔다.

축제장 규모와 볼거리가 생각보다 크고 많아서 제대로 보려면 하루는 걸릴 거 같다. 아울러 지역 농산물 판매 및 먹거리 장터도 있어 월요일인데도 관광객들이 북적댔다. 속으로 어제 되돌아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무료로 휴대폰 사진을 인화해 주는 부스가 인기가 좋았다. 우리도 잘 나온 사진 인당 2장씩 예약해 놓았다. 인화하는데 30분 걸린다고 해서 점심 먹고 찾아가기로 했다.


점심은 단골이 된 숲소리식당에서 장어구이를 먹기로 하고 찾아갔는데 임시휴업이다. 여행 기간 중 세 번 방문한 유일한 식당이 될뻔했는데 아쉽게 발길을 돌려 인근 낙지요리 전문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 출입구에 자연산 낙지만 사용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들어갔다. 메뉴판에 낙지볶음이 13,000원으로 자연산인데 가격이 너무 착해서 놀랐다. 양파가 많이 들어간 낙지볶음은 물론 밑반찬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계산하면서 낙지는 어디서 사 오냐고 물었더니 거제산인데 낙지 금어기나 산 낙지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사장님도 친절하고 믿음이 가서 또 가고 싶은 가성비 최고 식당이다.


기분 좋게 식당에서 나와 꽃축제장에서 인화한 사진과 액자까지 받아서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거제 5 경인 '거제도프로수용소유적공원'을 찾아갔다. 예전 토끼들 초등학교시절 거제 여행 시 교육적인 차원으로 방문했던 곳이라 방문을 미루다 오늘에야 방문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6·25 전쟁에서 사로잡은 북한군과 중국군 포로가 늘어나자 1951년부터 설치되어 전쟁포로가 최대 17만 3천여 명을 수용했다고 하는데 현재 거제인구 23만 명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기념관을 돌아보며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의 참상은 물론 그 당시 최대 규모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지는 폭동과 포로를 설득하고 귀환 및 송환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내용과 생활상까지 알 수 있었다.


거제에 설치된 포로수용소는 제네바협약에 의한 인류애를 지키기 위해 잘 먹이고 위생관리, 기술교육, 취미생활, 종교활동까지 이루어져 그런지 포로들 사진에 여유가 있고 얼굴에 살이 올랐지만 반대로 북괴군 포로였다 풀려난 미군사병은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한 사진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주차장을 나오며 유적공원은 좀 경건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내용에 충실하면 좋으련만 유료로 모노레일과 거울미로, 착시미술, VR체험관 등 상업적인 시설이 많아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노을 지는 바다를 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복귀한다. 15일 동안 거제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다니며 한려수도 국립공원 산과 바다에 푹 빠져 힐링을 제대로 했다. 아울러 좋은 날씨에 좋은 분들과 운동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저녁은 오늘 꽃축제장에서 직접 만든 찹쌀떡과 대봉홍시로 먹고 내일 일찍 출발하기 위해 보따리를 싸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 그렇게 귀찮던 일이 오늘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잘 싸진다.


15일 동안 힐링게이지가 100% 충전이 돼서 그런가 보다. 이렇게 거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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