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너무 맛있게 표현해서 저도 모르게 눈이 가는 웹툰이 있습니다. 이 웹툰을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켜요.
바로 네이버 월요 웹툰 삼시세끼인데요. 음식을 정말 맛깔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도 공감이 갑니다. 아무래도 취업준비와 직장 그리고 취준시기의 연애에 대해서 주로 다루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몰입하기 쉬웠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 보는 맛에 삼시세끼를 봤지만 어느새 주인공 재호를 응원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면서 어쩌면 삼시세끼 작가가 만화 기획을 잘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삼시세끼는 먼저 음식으로 독자들을 발길을 붙잡습니다. 각화마다 제목이 음식이름으로 되어있어서 내용을 모르더라도 관심가는 요리이름이 보이면 일단 눌러보게 됩니다. 그리곤 먹음직스럽게 그려진 음식 그림에 잠시 멍때리게 되죠. 이후 다른 음식은 어떠나~하고 둘러보다가 이윽고 이왕 이렇게 된거 정주행해보자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음식->스토리 정주행 흐름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하지만 만약에 스토리가 부실했다면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긴 어려울 겁니다. 작가는 이 흐름을 놓치 않기 위해 만화에 현실성을 반영했습니다.
삼시세끼 1화에서 재호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황이 그려집니다. 취준생 재호는 라면으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가난한 취준생이죠. 어쩌다 친구를 만나 겨우 치킨하나 먹는 그런 상황인데, 이런 재호를 보면서 저의 취준 시기가 떠올랐습니다.
엄청 돈이 없다 이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가 지금 무언가를 사먹을 상황이 되나?라는 생각에 당당하게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했던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아마 20대 취준 생이라면 한 번쯤 겪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직장 생활의 에피소드도 조금 과장이 덧붙이긴 했지만 현실반영을 꽤 했습니다. 상사와의 트러블 그리고 새로운 대표의 등장으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바뀌는 상황들. 무엇보다 생계를 위해서 맞지 않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상황들이 안타깝게 느껴지고 한 편으로는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
연애와 관련된 부분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서로에 대한 기대가 큰 나머지 서로가 이미 배려하고 있음에도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나, 만났다가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지는 상황까지. 연애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다뤄 보면서 작가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웹툰을 구성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화를 보지만 또 너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몰입감이 깨져버리는 게 만화인데요, 삼시 세끼는 그 중간의 정도를 잘 잡고 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밀란 쿤데라 작가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또한 현실반영을 잘 하고 있는 작품인데요, 남녀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해 글로 잘 녹여냈습니다.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방황하는 가벼운 남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를 놓지 못하는 여자 / 또 한 존재에게 묶이고 싶지 않은, 자유로운 예술적 영혼을 갖고 있는 여자 / 반면 뒤늦게 깨달은 사랑에 감정이 지배당하는 남자까지. 작중에서는 굉장히 극적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충분히 볼법한 인간상입니다.
책이 꽤 두꺼워 읽는데까지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읽기 시작하면 점점 가속도가 붙는 책이어서 한 번 추천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