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

by 광자


나무위키 데이빗


*이 글은 웹툰 데이빗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


생각을 한다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면 사람일까요. 사랑을 하면 사랑일까요,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면 사람일까요. 그런데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너무나 쉬워 보이는 것을 틀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하는데, 그렇다면 이럴 때 우리는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걸까요.

출처 위키백과

철학자 데카르트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사고 능력은 사람을 규정짓는 주요 잣대 중 하나이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살지,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은, 저는 사실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생각이 짧았던 순간,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버렸던 순간 등. 사실 이런 순간들도 충분히 생각을 하지 않은 순간들로 꼽힐 수 있겠죠.


무튼, 제 포스팅은 만화를 이야기하는 포스팅이니 생각 이야기는 이 정도까지만 하는 걸로 하고요, 오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네이버 완결 웹툰 중 하나인 '데이빗'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bbc

데이빗은 말하는 돼지입니다. 단순히 앵무새처럼 사람 말을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그 사고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행동을 제어합니다. 상대의 의중을 읽고 그에 적절한 대처까지 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데이빗을 '사람'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죠.


데이빗은 조지에 의해 수도로 상경합니다. 이는 조지의 욕심 때문입니다, 조지는 말하는 돼지 데이빗을 이용해 돈을 벌려했고, 무의식적으로 데이빗을 자신의 소유물쯤으로 여깁니다.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했겠지만 데이빗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자신을 통해서만 할 수 있게 통제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데이빗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출처 성대신문

수도로 상경한 데이빗과 조지는 성공합니다. 스탠드업 코메디로 승승장구하며 데이빗은 굉장히 유명해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데이빗은 본질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도대체 데이빗은 동물인가, 사람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데이빗은 동물입니다, 말만 한다고 종 자체가 바뀌지는 않으니깐요. 하지만 데이빗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자신은 일반 사람보다 더 뛰어난 사고 능력을 가졌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누구보다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녔는데 왜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얻지 못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을 겁니다.


데이빗은 인간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인간 사회를 떠나고 맙니다. 데이빗이 사랑했던 인간 여자 캐서린에게 거부당했기 때문인데요, 캐서린도 인권운동가로서 데이빗을 사람으로 인정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차마 성적으로 다가오려는 데이빗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후 데이빗은 돼지들을 가득 실은 기차를 타고 도살장 앞까지 가게 됩니다. 하지만 거기서 맹인 도축업자에게 사람으로서 취급받게 되고, 그 배려심에 마음이 움직인 데이빗은 도축소를 말없이 떠나며 웹툰은 끝이 납니다.

출처 인터파크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


저는 포스팅을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을 여러분에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데이빗이라는 웹툰에 대해 이야기했죠. 괜찮다면 여기에 책도 한 권 짧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바로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일생을 다룬 '프란츠 리스트, 피아니스트의 탄생'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프란츠 리스트에게 있어 피아노가 무슨 의미인지를 그의 일생을 통해서 300페이지라는 범위 안에서 서술한 책입니다. 프란츠 리스트에게는 피아노 음악이 그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그가 남긴 한 편지에서 '내가 바로 콘서트다'라고 말했을 정도면,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다는 거겠죠. 이런 프란츠 리스트에게 피아노를 뺏는다면, 평생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한다면 리스트는 살 수 있을까요. 생물학적으로는 살 수 있겠죠,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리스트는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출처 유멘시아

데이빗에게 있어 생각한다는 것,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프란츠 리스트에게 있어서의 피아노라는 물건이 가지는 의미와 거의 동등했을 겁니다. 사람처럼 사고할 줄 알고, 표현하는 능력 또한 웬만한 사람보다 나은 데이빗이 자신처럼 사고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들 무리에서 살 수 없게 된다? 아마 데이빗에게 있어 이것은 사회적인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었을 겁니다. 데이빗에게 있어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며 사람들과 즐겁게 어우러져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테니깐요.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이 여러분을 여러분답게 하나요. 여러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가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요.


아마 이 대답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아가 본다면, 조금 더 복잡했던 삶이 정리되면서 보다 담백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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