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요, 처음 오버워치의 아나라는 캐릭터를 접했을 때 되게 신선하다 생각했습니다. 나이 든 여성 저격수라는 점, 그리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게임 속 전장을 누빈다는 것이 저는 꽤 새로운 자극으로 느껴졌어요.
게임뿐만이 아닙니다. 웹툰에서도 종종 참신한 할머니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두 웹툰을 통해서 여러분들께 매력적인 두 명의 캐릭터를 소개해드릴게요.
1. 웰캄 투 실버 라이프
먼저 소개 해리는 웰캄 두 실버 라이프는, 정 많고 수더분한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웹툰입니다.
주인곤은 회사 출퇴근 문제로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는 함께 살게 된 손녀가 혹시나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손녀딸을 위해 여러 가지로 살뜰히 신경 써주시죠. 그런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손녀가 꾸려나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그런 웹툰이 바로 웰캄 투 실버 라이프입니다.
저는 특히 12화 달인의 생활 편이 재밌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편인데요, 손녀가 유튜버 인척 하면서 할머니의 음식 비결을 인터뷰합니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쑥스러워했던 할머니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물어보지도 않은 집 인테리어 비결 이야기도 하시고, 맛있게 김 굽는 비결까지 술술 말씀하시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김을 간단하게 사다 먹지 뭐하러 직접 구워 먹냐는 질문에, 손녀가 어려서부터 직접 구워주는 김에 싸주는 밥은 새 새끼 마냥 잘 받아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요. 다 큰 손녀도 할머니 눈에는 아직 강아지처럼 보이는 것이죠.
웰캄 두 실버 라이프를 보면 사회에서 치이고 스트레스받았던 마음들이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아요.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라며 손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할머니 손길이 왠지 모르게 저를 향해있는 것 같아서 이 웹툰을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합니다.
2. 당신의 향수
당신의 향수는 옴니버스형 웹툰입니다.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추억 속 향기를 찾아달라며 조향사를 찾아오는 이야기이죠.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시간이 그리운 여성 회사원의 이야기. 중고 책방을 팔게 되면서, 책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중년 남성. 이들의 추억들은 한 조향사의 손에서 하나의 특별한 향수로 재탄생합니다.
여기에서 조향수가 바로 오늘 다루는 할머니 캐릭터예요. 하지만 웰캄 투 실버 라이프의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자신의 향수 가게 아르바이트생인 남자 주인공을 막 다루기도 하면서, 동시에 추억 속 향기를 찾아달라는 손님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미소를 건네죠. 어떻게 보면 엄청 센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자애롭기도 한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아마 당신의 향수에서 등장하는 할머니는 젊은 층들이 워너비로 삼고 싶은 모델이 아닐까 싶어요. 마치 패션 유튜버인 밀라논나를 보는 것 과 같은 느낌도 듭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갖춘 여성이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점에서요.
3. 밤에 우리 영혼은
출처 예스 24
당신의 향수에서 나오는 것처럼, 씩씩하고 매력적인 노년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밤에 우리 영혼은'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애디는, 자신처럼 아내를 먼저 보낸 루이스에게 매일 밤 같이 잠자리를 보낼 것을 제안합니다. 문자 그대로, 혼자 보내는 사람끼리 밤에 같이 한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었죠. 다소 파격적인 제안에 루이스는 고민합니다. 자식과 동네 사람들의 눈치를 본 것이죠. 하지만 그래도 애디가 싫지 않았기에 루이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내 이 둘은 서로의 존재가 정말로 필요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만일 애디가 루이스에게 용기 내어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남은 여생을 평탄하게만 보냈겠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무언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애디의 작은 용기는, 특별한 관계를 낳았고, 그것이 두 사람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어요.
4. 할머니 캐릭터의 매력은.
개인적으로 포근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웰캄 투 실버 라이프에서, 할머니가 손녀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했던 위로처럼, 우리는 할머니 앞에서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뭐, 가끔 먹을거리를 엄청 많이 주셔서 곤란할 때도 있지만, 그건 다 우리를 위한 사랑이잖아요. 애써서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애써서 무언가를 성공시켜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쉬었다 가면 그만 이에.
할머니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건강하게만 있는 것, 하나 바라시죠. 그런 포근함이 할머니 캐릭터들을 자꾸 찾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