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자신을 위한 복수
구름이 피워낸 꽃에 양도결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형 양도운에 비해 능력적으로는 뒤쳐지나 결코 못난 캐릭터가 아니죠. 자유분방하고 밝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충분했던 양도결이었으나, 어린 시절 형의 눈 밖에 든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서 아예 형 양도운과의 관계가 틀어져버리게 됩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양도운이라는 인물은, 양도결의 약혼자인 홍련을 짝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형의 약혼자이니 억지로 뺏겠다 그 정도로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고, 조용히 남몰래 흠모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왕이 홍련에게 부당한 처사를 내리자, 도결은 그것에 불만을 품게 됩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불만을 토로하던 중 그것이 왕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그 대가를 홍련이 치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상황에 분노한 양도운은, 양도결이 직접 왕에게 자신의 죄를 고하게 합니다. 그리고 결국 양도결은 어린 나이에 태형 30대라는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되죠. 죽음은 면했으나, 이 날의 사건은 존경하던 형과, 자신이 흠모하던 홍련이라는 소녀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지 않는다라는 배신감과 좌절감을 양도결에게 아주 깊게 느끼게 한 사건입니다.
이 날 이후로 양도결이라는 인물은 조금씩 비뚤어지고, 많은 시간이 지나 양도결과 재회한 홍련은 그가 어린 시절에 비해 많이 달라져있음을 깨닫습니다.
아마 양도운은 과거의 사건을 기점으로, 최소한 형에게라도 복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느낀 고통을 형에게는 꼭 느끼게 해야겠다, 그것이 어린 시절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어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양도운의 이런 행동은 우리들 일상에서도 꽤나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면, 그 어린 날의 자신의 무기력감을 이겨내고 싶어 성인이 되어서는 진취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죠.
한편으로, 자신의 학벌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성인이 된 이후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나 추가적으로 학력을 높이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이 양도운의 행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실 본인들을 제외하고 타인들은 이런 본인의 생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모든 상황에서 진취적으로 개척해나가며 살아가지 못합니다. 학력 문제도 비슷해요,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제 점점 학력이 무의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학력보다도 어떤 성취를 이뤄낸 사람이 더 멋있게 보이고, 실제로 사람들도 대우를 해주고 있으니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떤 성격적인 부분이, 혹은 어떤 이력에 관련된 부분이 유난히 신경 쓰인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을 지워내 버리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는, 우리는 객관적인 삶, 다시 말해 제 3자의 시선에서 우리의 삶을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관적인 삶을 삽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이야기하더라도,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때문에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그 사람의 인생 앞뒤 맥락을 놓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이죠. 양도결의 형에 대한 복수심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잠깐 책 한 권 꺼내와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감정 수업] 이 책은 삶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감정에 관련된 문제들이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스스로 인지하느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죠. 뻔한 예이지만, 본인을 부족하다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배우자를 찾을 때 좋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예가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구름이 피워낸 꽃이 아직 연재 중이기 때문에 양도결의 형에 대한 복수가 과연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아니면 도중에 마음이 변해 형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닌 형을 마음으로 용서하고 형의 행복을 기원해주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쿨하게 용서해라 형의 행복을 빌어줘라 라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양도결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봤으니깐요.
대신 완벽한 선택을 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양도결에게 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과거의 겪었던 자신의 고통, 아픔을 한 번에 완벽하게 치료해줄 행위나 선택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을요. 그것을 기대하고 형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면, 그다음에 찾아올 공허함과 후회는 그 무엇으로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