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불편한 시간들
드디어 검지 손가락을 옥 쬐고 있었던 실밥이랑 붕대를 풀었다. 손가락을 꿰맸던 당시 2주 뒤에 풀어야 된다고 해서 절망했다.
중간중간 소독을 하러 갈 때 2주 다 채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 말에 혹시나 기대했지만 칼 같이 2주를 다 채웠다.
왼손 다섯 손가락 중 검지 하나 묶여 있을 뿐인데 내 일상도 같이 묶여 있었다.
키보드 타자 칠 때
머리를 시원하게 못 감을 때
스킨, 로션 시원하게 못 바를 때
손 씻을 때
한 손으로 샤워할 때
등등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건데 불편함을 2주 동안 느꼈다.
다시 예전 일상으로 돌아온 첫 번째 초대 손님은 설거지
나 대신 와이프가 설거지를 2주 동안이나 했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내 귓가에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는 소리를 멀리서 들은 것 같다.
실밥과 붕대를 푼 모습을 보고 와이프는 무언의 눈빛으로 “이제부터는 자기 차례야”라고 말한다.
그때그때 설거지하는 나랑 달리 쌓아놓고 한 번에 하는 스타일이라서 좀 답답했지만 이제는 내가 하니깐 속이 편하기는 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안전 불감증은 누구나 조금은 가지고 산다고 생각한다. 실밥만 풀면 항상 조심하고 일상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 불편함 없이 일상을 다 즐길 수 있으니깐 2주간 생각했던 생각과 마음가짐이 벌써 없어진 것 같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