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살아도 된다
아직은(?) 결혼 2년 차 부부라서 저녁에 같이 샤워를 종종 한다. 샤워를 한 후 드레스룸에 있는 거울을 같이 보면서 여러 가지 화장품을 얼굴에 찍어 바를 때가 있다. 평생 살아오면서 얼굴에 두 가지 화장품 제품을 발라 본 적이 없었는데 결혼 덕분에 얼굴에 많은 화장품 제품을 바른다.
와이프한테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색하다 스킨, 로션이면 끝나는데 토너, 에센스, 패드, 로션 등등 종류가 엄청 많다. 그래도 와이프 따라 화장품을 바르다 보면 화장품 쓰는 양이 와이프랑 나랑 많이 다르다.
나는 짠돌이 성향에 가까워서 매사 아껴 쓸려고 노력을 한다. 화장품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쪼그만 짜서 바른다. 이런 나를 보면서 와이프가 항상 말한다.
“오빠 좀 듬뿍해서 많이 발러 , 그래야 피부가 좋아지지”라고 하면 나는 항상 와이프한테
“자기 화장품 좀 아껴 써”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럴 때마다 와이프는
“오빠 자신한테 쓰는 건데 뭘 아껴 듬뿍듬뿍 써도 돼!”라고 말한다.
계절이 바뀌기 전 옷을 사러 갈 때 나는 패션을 잘 모르기 때문에 와이프의 코디 센스를 믿는다. 어느 정도 옷을 못 입냐면 본가에서 가져온 내 옷 들을 신혼집에 가져왔을 때 기겁을 했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다 후줄근하고 아저씨 같은 옷만 있냐고....
이런 나를 위해 와이프는 항상 여러 가지 나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생각해서 이쁜 옷을 많이 골라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주는 대로 입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와이프를 만난 후 많이 사람 됐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는 항상 메대에 있는 할인이 많이 된 옷이나 이월 상품 같은 옷을 와이프한테 추천을 하면 항상 핀잔을 주면서
“아니 오빠~ 오빠가 입는 건데 이왕 입는 거 이쁜 거 입어 이쁜 거 싼 것만 찾지 말고!”라고 한다.
와이프를 만나기 전에는 나한테 투자하는 걸 몰랐다. 옷도 그냥 싼 거 , 먹는 것도 그냥 맛있는 거 보다는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거, 화장품 도 가성비 있는 거 , 어쩔 수 없이 자주 써야 되는 물건들도 무조건 가성비 위주였다.
나를 위해 투자하고 꾸미는 걸 모르고 살아왔다. 나를 위해 투자를 해야 되는 상황이면 마냥 참고 살아왔고 ,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모른 체 시간이 흘러갔다.
와이프가 했던 말들을 생각해보면 나는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 흔한 옷을 살 때나 화장품을 바를 때, 먹을 때 조차도 그 중심은 내가 아니었다.
내일모레가 마흔이 되는 나이에 나를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지 못하고 와이프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에 중심은 나라는 걸 언제쯤 알게 되었을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 아직은 내 중심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을 한다.
내 중심으로 사는 게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싶다는 말이다.
내 인생의 중심인 내가 행복해야 내 인생도 행복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