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39화 이거 그리고 죽어!

by 김목화

2025년 7월 21일 오후 3:27


안녕하세요.

장마가 심했다가 현재는 매우 무더운 날씨가 반복되네요.

이번 화의 제목과 동명인 만화와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만화는 제가 읽지는 않았지만, ‘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마음가짐으로 만화를 그리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 선생님이 나옵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마음을 가지던 시절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실제로 이거 그리고 죽자!

고등학교 시절 제가 입시를 할 때 실제로 ‘이거 안 되면 죽어야지.’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입시를 하고 대학을 가려던 고3이나 입시 준비생들은 다 그런 순간이 한 번쯤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입시 성공 아니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말이죠.

저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를 그리지 않고 디자인 입시 준비를 잠깐 했습니다. 여러 그림을 반복적으로 하루에 8시간 넘게, 어떨 때는 10시간씩 그리면서 목표에 매몰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차에 치이는 한이 있어도 시험은 봐야 해.” 라는 그런 생각을 쉴새없이 했습니다.


그림을 꼭 ‘잘’ 그려야 하고,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실제로 몸이 아플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견뎌 넘겼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봄날 오듯 좋은 시절이 바로 오지는 않았지만, 여러 시련 끝에 나름의 방법과 비결이 생겼습니다.


흘러가는 실제 생활

생각보다 실제 생활은 마음같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꿨지만, 졸업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한마디로 탄탄대로를 꿈꿨죠. 졸업 작품을 만들고 졸업 전시를 하면, 어떤 사람이 짠-하고 나타나서 ‘너 이거 해볼래?’ 이렇게 제안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기에 매우 드뭅니다. 애초에 현실적이지가 않죠.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취업은 프리랜서로서 1년짜리 계약을 했으니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커리어보다는 글을 쓰는 일, 에디터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은 그저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독립 출판 작가로서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실제로 입고도 여러 번 했고, 책도 6권 정도로 적지 않게 냈습니다. 그러나 고정적인 수입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에디터 일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3-5년 정도 해야지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정규직의 삶을 꿈꿀 수 있습니다.


둥실둥실 배


요즘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둥실둥실 흘러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어떻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사는 것이죠.

그저 기회가 올 때 좀 더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기회에 걸맞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무던하게 살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갑자기 제가 다른 일을 한다고 짠-하고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요즘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학부 때 진짜 싫어했던 편집 디자인이라든지 다른 그래픽 디자인 소스들을 만지는 것이 너무나도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너무 이상한 요즘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을 다 겪고, 제가 어쩌면 디자이너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더 덧붙일 말은 그다지 없지만, 아무래도 저는 항상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성실한 삶을 살지 제가 저 스스로에게 많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이만 불같은 여름에서 드립니다.

목화 드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