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40화 안녕

by 김목화

2025년 8월 3일 오후 1:18


안녕하세요. 근황을 전합니다.

요새 차분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습니다. 불안이나 과포화되는 생각이 잘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어떤 일을 할 때 과하게 의미부여를 하거나, 해석을 각주처럼 달지 않습니다. 그래서 덩달아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덩달아 성장해 가는 거겠죠.


불안에 대하여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실 때 불안함이 자주 찾아오시나요?

저는 불안을 인사이드에 나오는 불안이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수한 걱정과 망상 속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죠.

그러다 보니 상황이 역전되는 것처럼 어떤 일을 수행해 내야하는데, 불안이 파도처럼 집어삼켜서 막상 중요한 일들을 그르칠 때가 많았어요.


지금은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겨도 99퍼센트는 장기적으로 제 인생에서 보았을 때 그다지 큰 일이 생기지 않음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요새는 별로 크나큰 걱정없이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내고, 인생의 일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갖기 위하여

저는 직업이 있습니다. 독립출판 작가이죠. 그런데 요즘 생각이 조금 바뀌어서 더 이상 자가출판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했습니다. 그때 쓴 글이 있는데 살짝 가져와 보겠습니다.


독립출판은 내게 무엇이었을까?

나의 가장 처음의 성취와 노력의 결과 아니었을까?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독립출판을 남들보다 (뭔가 아슬아슬하게 유행되기 전에) 일찍 시작해서 지금 6년째가 된다. 그래서 나름 회사원으로 따지면 5년이 넘었으니까, 초짜나 신입은 전혀 아닌 것이다.


나름 고인물이라서 얼마 전에 나갔던 진페스티발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전혀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지 않고 조금 허망한 정도인 것 같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해서 경험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으로 내가 이 직업을 갖고 돈을 별로 모으지 못했다는 데에서 원인이 큰 것 같다.

이 직업은 나에게 첫 직업이고 내 일종의 사업이었으며, 내가 잘 관리하던 때도 잘 관리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나의 정체성을 갖게 한 것에 큰 이바지를 했다. 사실 독립출판이더라도 만 26세의 나이에 7권을 자가 출판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출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돈도 돈이고, 내가 앞으로 이 사업에 관해 확장성을 가지고 임할 수 있냐는 측면에서 탈락이었다.

게다가 스스로 독립출판인으로서의 자아는 비대해져서, 스스로 발전의 여지를 가질만한 에너지 있는 작업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내가 어떤 것을 해야 사람들이 이것을 좋아해 주고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어떤 성과가 있을 만큼의 일을 했다.


책도 많이 내고 북토크도 하고 북페어도 여럿 나가고 만족스럽다.

좋은 사람들도 정말 정말 많이 만났지만, 내가 생각했을때,, 음,, 내 스스로 성장을 많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다.



차분하시네요.

몇 년 전까지만해도 불안에 다리를 덜덜 떨던 내가 요새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차분하시네요.

제가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 차분하게 삶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거짓말이어도 좋을 만큼 안정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하나씩 선택해 가고 있습니다.

요즘 취준생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나쁘지 않아요.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무언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적당한 양의 스트레스와 단단한 방어막으로 삶을 잘 견디고 있습니다.

목화 드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