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지만 반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희망으로 인해

전투를 벌이는 사람보다 훨씬 용감하고 비장하다. (루쉰)

by 정강민

아이 : (동쪽을 바라보며) 누가 오고 있어요. 저기 보세요.

노인 : 볼 필요 없다. 날 좀 잡고 안으로 들어가지. 해가 지겠다.

아이 : 전, 좀 볼게요.

노인 : 헛, 그 녀석! 날마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바람을 보는데, 다른 뭐 볼 게 있다고 그래? 그보다 더 좋은 볼거리가 어디 있다고, 기어이 보겠다는 거야. 해가 질 무렵 나오는 것치고 사람한테 좋은 게 없는 법이야. ....... 그만 들어가자.


노인 : 행인 양반, 좀 앉으시오. 성씨가 어떻게 되오?

행인 : 이름이요? 저도 모릅니다. 제가 기억할 수 있는 때부터 혼자였으니까요. 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전 그저 걷기만 합니다. 사람들이 마음대로 이렇게 저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행인은 이름도 모르고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


행인 : 저는 그저 먼 길을 왔다는 것과 지금 여기에 왔다는 것만 기억할 뿐입니다. 저는 계속 저곳으로 가야 합니다. (서쪽을 가리키며) 앞쪽 말입니다.

노인은 그쪽은 무덤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더 가봐야 다 간다는 보장도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한다.


행인 : 다 간다는 보장도 없다고요?.............. (생각에 잠겼다가 놀란 듯이) 그건 안 됩니다! 저는 가야 합니다. 돌아가라고요? 그곳은 위선적이지 않은 곳이 없고, 지주가 없는 곳이 없고, 추방과 감옥이 없는 곳이 없고, 가식적인 웃음이 없는 곳이 없고, 거짓 눈물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을 증오합니다. 저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 <행인>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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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은 이렇게 말한다. "'행인'의 뜻은 앞길에 무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기어이 가는 것, 바로 절망에 대한 반항이다. 절망하지만 반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희망으로 인해 전투를 벌이는 사람보다 훨씬 용감하고 비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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