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라고 말하세요
회사생활 20년 가까이 하면서 14번 이직했습니다.
‘조직부적응자’소리도 들었습니다.
가장 오랜 다닌 기간 4년 정도였습니다. 그 회사에서 재무부장으로, 인사, 총무, 구매까지 총괄하였습니다. 회사의 모든 업무에 관여해야 하는 CFO역할이었습니다. 대표이사와 거의 매일 회의하고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의견을 내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은 대표이사가 하는 결정에 대해 실행방침을 세우고, 실행하는 실무자였습니다.
회사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무역업무를 하는 젊은 직원이 있었습니다. 신입으로 입사해 대리가 되었습니다. 회사생활 5년차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이 직원이 퇴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외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이사는 저에게 이 직원을 꼭 잡으라고 했습니다. 그 직원은 업무를 잘했고, 인성도 차분했습니다. 신입 때도 위급하고 중대한 일이 터졌는데도 침착하게 잘 대처해 저도 살짝 놀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직원과 면담을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퇴사의 이유는 보통은 딱 한 가지는 아닙니다. 이 친구도 대표이사께는 말하지 못했지만........., 조직체계의 불만도 있었고, 또 유학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면담했지만 그 직원을 잡는 데 실패했고, 다시 대표이사가 그 직원에게 승진과 연봉인상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습니다.
근데 놀라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퇴사가 확정되었고, 대표는 퇴직금과 별도로 퇴직위로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별 다른 조건은 없었습니다. 다시 이 회사에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직원이 5년간 고생했고, 회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퇴직위로금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표님 고맙습니다. 근데 괜찮습니다. 받지 않겠습니다.’
다음날 대표이사는 저에게 “퇴직위로금을 주겠다는데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직원은 자신이 대표이사를 20년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그 전에도 이 친구에 대해 칭찬을 가끔 했는데, 그 일로 대표이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 젊은 직원과 나이 차도 많이 났지만, 그가 대단해보였습니다. ‘아니, 수고했다며 대표가 개인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회사돈으로 퇴직위로금을 주겠다는 것을 그냥 받으면 될 것을........., 그것을 받지 않네..........’ 저도 조금 놀랬습니다.
대표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혹시 이 친구가 몇 년 뒤에 한국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우리 회사로 오면 좋겠다!”
저는 속으로 ‘아~ 업무도 잘하고, 또 회사의 호의도 멋지게 거절하고, 그로 인해 칭찬은 더욱 쏟아지고, 미래도 보장되는구나!’
조직생활에 실패만을 맛본 저에게는 깊은 깨달음이었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 238페이지에 조코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가 실 태스크 유닛의 지휘관이었을 때 일입니다. 자신보다 높은 미 해군 준장이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조코 같은 각 실 태스크 유닛의 지휘관들이 모였습니다.
해군 준장은 질문합니다.
“지금 뭐가 가장 필요한가?”
지휘관들은 차례로 답합니다.
“곧 겨울인데 당장 새 군화가 필요합니다.”
“사막훈련 시설에는 인터넷이 없어 병사들이 외로워합니다. 와이파이가 절실합니다.”
“훈련을 마치고 복귀할 때 헬리콥터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윽고 조코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는 상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런 답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원이 필요하지 않아서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는 자신의 세계(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의 신념에 따르면, 새 군화, 와이파이, 헬리콥터 요청은 지원이 아니라 불평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하니까 서둘러 머리를 짜낸 것뿐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누군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반드시 괜찮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진짜 소원이 생겼을 때 그가 가장 빠르게 들어준다.”
목숨이 넘어갈 일이 아니면, 바로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괜찮다’고 말하세요!
장기적 게임에서 유리한 방법입니다.
당시 그 직원은 퇴사하여 유학을 갔고, 몇 년 뒤 돌아와서 다른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아마 다른 조직에서도 인정받았을 겁니다. 그의 아름다운 마지막 기억 때문에 저는 그에 대해 이렇게 호의적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