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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Sep 24. 2020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 우리에겐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아침마다 명상을 하게 된 게 몇 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명상은 힘듭니다. calm이라는 앱을 사용해서 10분씩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하는데 말이죠. 자세를 바로 잡고 앉아 단지 호흡에 집중하는 일일 뿐인데, 그렇게 10분을 잡생각 없이 있는 게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들이 돌아다니지요. 아니 잡생각은 그렇다 치고 그냥 앉아만 있는 것도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사용하는 앱에서 명상을 끝내면 보여주는 글귀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Non-doing has nothing to do with being indolent or passive. Quite the contrary. It takes great courage and energy to cultivate non-doing, both in stillness and in activity.  - Jon Kabat Zinn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르거나 수동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반대다. 고요함 속에서, 또한 움직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개발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서툴게 번역을 해보면 이런 내용인데요, 저한테는 작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평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속 한 귀퉁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른 것이라는 무의식이 있었나 봐요. 음악조차 배경 음악으로 들을 뿐, 음악에만 심취해서 들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머리로는 휴식이나 산책 같은 '멈춤'이 놀라운 문제 해결이나 엄청난 발견과 이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제 삶에서는 그게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여백의 시간이 생기면 쫓기듯 책이나 TV나 SNS에 접속했지요. 


그런데 존 카밧 진 박사의 저 글귀를 읽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르거나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단한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말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왜 사느냐는 물음과 순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인 것 같네요. 생존을 넘어선 곳에 있는 우리 삶의 목표는 행복일 겁니다. 행복하기 위해 너는 달리기만 할 것이냐, 잠깐잠깐 멈춰 서면서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며 왜 달리는지, 어디로 달리는지를 떠올려볼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리는 듯했던 것이죠. 


'일의 시간'은 효율성이 지배해야 하겠지요. 1분 1초를 금쪽처럼 아껴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휴식의 시간, 성찰의 시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잠시 멈춤'이 없다면 도대체 인생이란 온통 가뿐 숨일 뿐이지 않을까, 오늘 아침의 명상은 이런 생각을 하느라 조금 더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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