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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03. 2021

수많은 블랙박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

- 몰라도 일단 해보기, 너무 잘 알려고 기다리지 않기.

오늘 아침에도 원드라이브가 동기화가 안되어서 꽤 곤란했었습니다. 주로 원드라이브는 회사 컴퓨터에서만 쓰다가 오래 오래간만에 신년 맞이 기념 잔업(?)을 하려고 아이맥의 파인더에서 원드라이브를 열었는데 2020년 4월 경에 동기화가 된 이후로 안되어 있더군요. 잠시 기다리면 동기화되겠지 했는데, 10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난감했지요. 이것저것 눌러보는데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한참 씨름을 하다가 문득 파인더에서 빠져나와 아예 원드라이브 앱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로그인이 안되어 있더군요. 이렇게 간단한 일을 10여 분을 끙끙대다니, 그렇게 투덜거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유발 하라리인 것 같은데, 책을 읽다가 우리가 잘 모르는 채 사용하는 어떤 도구나 기계 등의 내부를 가리켜서 블랙박스라고 칭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원래는 비행기 등의 주행 자동 기록 장치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주위에는 그런 블랙박스들이 너무 많지요. 과거에는 블랙박스들이 거의 모두 기계장치였지만, 지금은 그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프트웨어들도 모두 블랙박스입니다. 그 앱들이 어떤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지도 우리에겐 블랙박스이지요. 


평상시에 블랙박스는 우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지요. 하지만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 블랙박스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그런 블랙박스들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블랙박스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까,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잘 모르겠어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블랙박스의 작동방식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입니다. 오직 키보드를 두들겨보고 장치의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보는 실행만이 문제를 해결해 주니까요. 혹시 고장 날까 봐 잘못될까 봐 눈싸움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예전에 저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기본 원리부터 배우려고 뛰어들곤 했지요. 참으로 무식한 방법인데, 그 무모한 걸 해보려고 했어요. 시간만 낭비하기 일쑤였습니다. 생각보다 해결책은 가까이에 있는데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몰라도 일단 해보기, 너무 잘 알려고 기다리지 않기, 그게 수많은 블랙박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이야 말로 블랙박스 중의 블랙박스인 듯합니다. 그 안을 살아보기 전에는 들여다볼 수 없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인생을 몰라도 일단 저질러보는 것,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멋진 결과가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걸 바로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새해에는 수많은 기적을 마주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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