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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07. 2021

아는 것을 자랑하는 시대는 끝난 듯

-  중년의 자기 효능감은 다른 방식으로 올려야

중년의 남자들이 모이면 예상 밖으로 말이 많습니다. 자기가 맡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고 트리비아에 가까운 혼자만의 취미를 설파하기도 하지요. 간혹 여기저기서 들은 속칭 개똥철학(?)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제가 그랬습니다. 친구들이나 후배들과의 술자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아는 척하며 너저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지요.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말을 많이 하고 헤어지면 마음 한 구석이 늘 허전한데, 왜 그토록 나는 말이 많이 하려고 하는 걸까. 처음에는 호르몬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세간의 속설일 뿐 근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자기 효능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은 스스로 유용하다고 느끼는 자기 효능감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읽었거든요. 꽤 여러 책에서요. 스스로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비하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인간이란 게 그렇게 생겨먹었은 모양입니다. 


중년이 되면 아무래도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일단 쌩쌩하던 몸부터 이곳저곳이 조금씩 잔고장이 생기잖아요. 자신이 점점 낡아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만큼 자기가 쓸모없어져 간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없지요. 술자리나 대화 중에 말이 많은 건 자신이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서 떨어진 자존감을 올리려는 행위이지 않았을까요. 상대방에게 '나는 이런 것을 알고 있어. 상당한 상식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 꽤 괜찮은 사람이란 말이야.' 이런 것을 각인시키려는 무의식적인 행위랄까요. 


하지만 사실 요즘은 그렇게 몇 십분,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듣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훨씬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려주는 유튜브 방송이나 블로그들이 지천에 널렸으니까요. 무료, 유료 강의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정말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노하우는 듣지 말라고 해도 밥까지 사주면서 들으려고 하지만, 구글 검색 몇 초면 알 수 있는 지식을 단지 먼저 알았다고 떠들어대면 누가 견뎌낼까요.


아는 것이 자랑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남보다 지식이 많은 것으로 자기 효능감을 얻으려 하면 늘 검색이 생활화된 사람들에게 비웃음만 사게 되더군요. '어? 검색해보니 내용이 틀린데요? 그거 아닌데, 여기 보세요. 이게 맞잖아요.' 디지털 네이티브 후배들은 이렇게 곧바로 검증을 해줍니다. 아는 것보단 할 수 있는 것으로 자기 효능감을 얻어야 할 듯하네요. 그래서  그 자그마한 경험을 또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성취한 일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야 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거창한 게 아닌 것 같네요. 일상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잘 잡아나가는 것이 적응의 시작이 아닐까요. 섣부른 지식 자랑은 네이버에게 밟힌다는 것만 알아도 큰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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