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분 대학 체육 시간
인체의 어느 부위든 운동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면 역시 하체입니다. 건물의 기둥이나 내력벽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두 다리이니까요. 인체가 섭취한 포도당의 70%를 허벅지 근육이 태운다고도 들었습니다. 기초 대사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튼튼한 하체 근육이 필수입니다. 대부분 하체가 부실해지면 외출이 줄어들고 자주 눕게 되는데요, 저희 집안의 어른들은 특히 하체가 부실해지는 과정을 거쳐서 건강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그걸 보고 자랐기 때문에 하체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매일 스포츠클럽에 가서 한두 시간씩 집중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저는 스포츠클럽에는 매우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이라는 헬스클럽이 예전에 압구정동에 있었습니다. 간혹 연예인들도 출몰하는 무척 ‘핫’해 보이는 공간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서 1년 회원권도 아니고 평생회원권을 1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거였습니다. 지금 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무언가에 홀렸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 당시 월급이 아닌 연봉 500만 원 수준의 대학원생이었는데,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서 가입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1개월 후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은 부도로 문을 닫았습니다. 몇 번 제대로 운동을 해보지도 못한 채 제 허영심은 그렇게 종말을 맞았지요. 그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이후 헬스클럽은 다니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태권도를 배웁니다. 도장에 매일 가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제 직장은 양재인데 도장은 일산에 있습니다. 무예의 사부님을 바꿀 수는 없으니 도장을 바꿀 수는 없지요. 결국 평일에는 집에서 간단한 수련을 하고 진짜 수련은 토요일 하루로 만족해야 합니다. 결국 저는 일상의 한 부분에 하체 운동을 끼워 넣기로 했습니다. 바로 지하철에서 입니다.
저는 매일 지하철로 회사에 출퇴근을 합니다. 예전 파주에 직장이 있었을 때는 늘 차를 몰고 다녔는데, 회사를 옮기고 나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해보니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집에 가기 위해 내리는 숭실대 입구역은 좀 깊은 편이어서 지하철에서부터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총 4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중 3개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모두를 빠르게 걸어 올라가는 것부터 하체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상으로 올라와 집까지 약 500미터 정도의 거리 역시 빠르게 걸으면 약 10분 정도 걸립니다. 굳이 시간을 내어 런지를 하는 것보다 계단을 두 칸씩 오르는 게 더 낫습니다. 이건 뭐 내일로 미룰 수도 없지요. 어쨌든 회사에를 가야 하고 집에 돌아와야 하는 거니까요. 거의 강제적인 운동이나 다름없습니다. 처음에는 좀 귀찮았는데, 지금은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체육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왕 걸어서 집에 가야 하는 것이면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시간을 운동시간으로 활용하자는 게 10분 대학의 체육 정신입니다. 헬스클럽에서 러닝 머신을 달려야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가용 출퇴근 족이겠지요. 하지만 뚜벅이에게는 출퇴근길, 또는 등하굣길 자체가 조금만 의식적으로 활용하면 아주 훌륭한 운동시간이 됩니다.
오늘부터 이 말만 기억합시다. “계단은 오르라고 만든 것이다.”
머릿속에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지우고, 계단이 보이면 닥치고 오릅시다.
이 간단한 결심이 튼실한 다리와 활기 넘치는 건강을 가져다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