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공중 급유:
미안하지만 따로 배울 시간이 없다!

'Learn by doing'의 시대

by 강호

사실 변화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4차 산업 시대 운운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중 상당수가 사라졌습니다. 계속 버전도 올라갑니다. 그런 도구들이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그런 도구들을 새로 만나게 되고 그것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팔아야 합니다. 그런 마당에 특정한 애플리케이션을 ‘마스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생겨난 애플리케이션의 완벽한 사용법을 마스터할 무렵에는 더 새롭고 성능이 뛰어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성실하게 해서 잘하는 모범생일수록(제가 좀 그랬습니다.) 무언가를 배운 ‘다음에’ 그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근데 이러면 정말 배우다가 볼장 다 봅니다. 배워서 좀 할 만해지면 그 분야나 직업이 없어질 겁니다. 세상이 비교적 천천히 변하던 시절, 값어치 있는 지식이 보편적으로 있다고 믿어지던 시절에는 배워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찾아 주로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보편적으로 값어치 있는 기술은 거의 없습니다. 지식은 쉽게 낡고 전문가도 쉽게 낡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 다음에 적용할 시간이 없습니다. 스승을 찾아 대학으로, 학원으로 떠돌 시간도 없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입니다. 아류가 되기 위한 노력에 지나지 않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대신 빠르게 배우며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빠르게 배울 수 있는 훈련을 해 놓는 게 진짜 공부입니다. 런 바이 두잉(learn by doing), ‘하면서 배우는 것’이 지금 시대가 원하는 교육입니다.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 분의 책인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를 읽어보면, 처음 발뮤다를 창업할 때는 디자인을 위해 ‘캐드’ 프로그램을 배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보통 우리는 ‘학원’을 떠올리지요. 캐드를 가르쳐주는 학원으로 달려가 기초와 기본을 배울 겁니다. 그러나 테라오 겐은 달랐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서 하루 정도 죽 훑어보고는 곧바로 ‘실전’에 돌입합니다. 캐드로 설계하고 싶은 제품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법을 익혀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테라오 겐이 발뮤다를 다시 재기하게 만든 ‘기적의 선풍기’를 만들 때는 유체 역학을 독학합니다. 그 역시 책을 한 권 사서 죽 훑어보고는 곧바로 실전입니다. 이렇게 배우는 것이 지금 시대의 진짜 배움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프로그래머들의 영상을 찾아보면 그들 대부분이 ‘구글’이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모르는 것은 검색을 통해 습득한다는 것이지요.


JTBC에서 방영 중인 <<슈퍼밴드>>를 보다가 MC인 윤종신 씨가 던진 멘트가 귀에 꽂혔습니다. “중퇴가 왜 이렇게 많아?” 그렇습니다. 놀라운 연주 실력과 작곡 실력을 보여주는 출연자들 중 상당수가 중퇴자였습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버클리 음대, 줄리어드 음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런 곳을 중퇴하고 세상에 뛰어든 사람들입니다. 저는 중퇴가 많은 현상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배움만을 위한 시간은 없기 때문에, 마치 전투기에 공중 급유하듯이 실제 실전의 현장에서 배움을 병행해야 하는 시절이 도래했다고요.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대학교육까지 끝내고 프로로 넘어가면 이미 전성기가 끝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반면 대학에서는 재능 있는 축구선수와 야구선수에게 가르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영리한 선수들이라면 대학에 적을 둘 리가 없지요.


이제 직업의 세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무언가를 배워와서 현실에서 써먹기에는 현실이 너무 빨리 변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속도가 폭주하고 있지요. 완벽주의를 버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일단 덤벼 들어서 결과를 산출하며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완벽주의는 남의눈을 의식한 결과입니다. 대신 남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게 어설픈 것 같아도 결과물은 장난 아니게 뽑아내는 진짜 실력을 장착해야 합니다. 어떤 졸업장이 있고 어떤 교육 과정을 들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따로 배움을 위해 멈출 시간이 없습니다.

런 바이 두잉, 오늘부터 당장 배움의 공중급유를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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