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Mar 15. 2021

영화 <<미나리>>에 대한 단상

- '쓸모'에 관하여

(주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영화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는 내용이 담겨 있으니, 혹시 영화를 보실 분들은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읽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전, 가족들과 <<미나리>>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마음을 울리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영화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나눴는데, 그게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 느낄 만큼 영화는 이야깃거리가 많았습니다. 


문득 둘째 아이가 말했습니다. 


'근데 그 영화의 아빠 말인데요, 완전 고답(고구마처럼 답답)이에요.'


큰 아이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아요.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 둘은 왜 영화 속 아버지가 편한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 대신 아칸소에서 농장을 일구려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감독은 영화 속에 두 번 정도 그 아버지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되도록 장치를 넣어두었습니다. 그중 한 장면이 영화 초반 병아리의 성별을 감별한 다음 수컷을 태워버리는 것에 대해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병아리의 수컷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래서 태워버리는 거다, 너도 쓸모가 있어야 한다.


정확한 대사는 아니고,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세상의 숱한 아버지들이 그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삶을 힘겹게 살아갑니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일에 기꺼이 뛰어드는 것도 자신의 '유용함'을 증명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둘 다 사내아이들인, 제 아이들도 크면서 조금씩 알게 되겠지요. 아버지들이 스스로 어깨에 짊어지는 그 쓸모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요. 적당한 수준으로 짊어지지 않으면 가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오히려 그 쓸모의 무게로 인해 아버지들은 무너지기거나 무모해지기도 합니다. 


부디 현명하게 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삶이 주는 소소한 행복과 잔잔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벗의 향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