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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y 20. 2021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람!

- 아사다 지로 인터뷰를 읽다가

저는 사실 아사다 지로의 대표작 <<철도원>>을 영화로 만났습니다. 일본의 국민 여동생 히로스에 료코가 역무원 모자를 쓰고 경례를 하는 포스터가 계기가 되었지요.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자 영화에서 히로스에 료코의 아버지인 역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 평생 한 직장을 다니다 정년퇴직한 제 아버지의 삶과 겹쳐졌거든요. 가족과의 따뜻한 밥 한 끼보다 몸 담았던 조직에서의 역할이 더 중요했던 세대였으니까요. 


그 <<철도원>>의 원작을 쓴 아사다 지로 씨에 대한 인터뷰가 있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대부분 소설가의 본성은 게으릅니다. 회사에 가기 싫으니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사람들이죠. 원고를 재촉하지 않으면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약한 소설가가 아니라 강한 체력을 가진 소설가가 되고 싶었죠..... 무슨 일을 하든 젊었을 때 몸을 단련해놓는 게 중요합니다."
"매일 다다미방에서 기모노를 갖춰 입고 글을 씁니다..... 특별히 무게 잡으려는 게 아니고, 소설 쓰기에 필요한 유니폼일 뿐입니다."


저는 소설가가 아니지만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이런저런 글을 쓰는 입장에서 공감 가는 말들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역시, 나만 게으른 게 아니었어.' 하고 위안받았습니다. 튼튼하게 몸을 단련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고, 글쓰기를 위한 유니폼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마키아벨리도 정계에서 밀려나 은둔하여 글을 쓸 때 관복을 차려입고 글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인상 깊은 것은 아사다 지로가 생각하는 소설 쓰기의 3가지 원칙이었습니다.


"첫째, 아름답게 쓸 것, 둘째, 재밌을 것, 셋째, 이해하기 쉽게 쓸 것. 이 세 가지는 모든 예술 작품에 해당하는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작품도 안 되고, 재미없는 작품도 안 돼요. 항상 아름답고,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이것을 신경 쓰면서 씁니다..... 아름다운 작품을 쓰기 위해선 자신도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것들을 자주 보고, 많이 경험해야죠. 지금 보기에 제가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젊었을 땐 저도 꽤 아름다웠답니다(웃음). 둘째, 셋째 원칙도 마찬가지.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쓰기 위해 재밌게 살고, 어렵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합니다."


젊은 시절, 문학이나 소설에 대해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류를 위한 원대한 사상을 담은 것이 소설이요 책이라는 생각이었는데요. 그런 생각은 어깨 위의 커다란 짐처럼 책상머리에서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게 할 만큼 무거운 것이었지요. 세상을 바꾼 거대한 사상이나 인류를 위로하는 엄청난 지혜는, 그런 것을 만들겠다고 원고지나 모니터를 노려본다고 나오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결국 소설가란 세상의 여러 사람들 마음속에 한 자락씩 숨어있는 어떤 마음들을 대신 표현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철도원>>이 제 마음에 어떤 울림으로 남은 것은, 그 작품의 주인공과 비슷한 삶을 살아간 저의 아버지를 보고 제 마음에 드리워졌던 마음의 풍경을 그 작품이 잘 드러내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딘가 애잔하고 조금은 답답하고 감사한 그런 마음들, 논리적 언어로 한 줄에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다단한 마음의 풍경 말이지요. 


소설가는 아름답고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우리 마음을 대변해주는 사람이면 될 것입니다. 언젠가 그런 소설 한 편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싫어하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적금입니다. 돈이 들어오면 바로 써야 해요."


인터뷰 말미에 아사다 지로 씨가 이렇게 말했는데, 참으로 제 마음을 잘 대변해 주더군요. 현실에서는 절대 저럴 수 없잖아요^^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5/15/GYNKJKAO2BH2FHBO5HFHP2EU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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