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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l 27. 2021

우리는 조용히,현기증 나게변한다!

- 변화에 대한 단상

문득 지갑을 챙기다가 깨달았습니다. 올해 들어서 제가 한 번도 실제 동전이나 지폐를 건네고 물건을 사 본 적 없다는 것을요. 심지어 껌 한 통을 사도 신용카드를 내밀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지요. 가게에서 껌 한 통 사고 신용카드를 내밀면 가게 주인이 눈으로 하는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나와야 했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제는 현금은 받지 않는 가게도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이제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낼 일도 없어졌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밀면 되니까요.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어느 틈에 그렇게 변해 있더군요. 


전화보다 문자가 예의가 된 것도 근래에 크게 바뀐 점입니다. 예전에 어른들 중에는 전화를 안 하고 문자를 드리면 예의가 없다고 화를 내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문자로 먼저 통화가 가능한지를 물어보고 전화하는 것이 암묵적인 예의가 된 것 같더군요. 처음 연락을 할 때에는 반드시 문자로 먼저 용건을 말하지 않으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스마트폰에서 점점 통화 기능의 비중은 낮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지요.


저는 제가 쓰는 무선 이어폰에 '삐삐' 모양의 케이스를 씌워서 사용합니다. 큰 아이가 보고 이게 뭐냐고 묻더군요. 삐삐는 제 대학 무렵에 나타나서 대학원 무렵에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그 뒤에 발신만 가능한 시티폰, 각종 PCS폰, 그리고 휴대폰들이 나온 뒤에 지금의 스마트폰이 나왔으니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돌아갑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잔잔히 흐르는 수면 밑으로는 놀랍도록 빠른 변화의 물살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질병의 유행이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집에 유폐되고 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흘러가게 되겠지요. 수면 밑의 급류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서 최근에 오큘러스 퀘스트 2라는 vr 장비를 구매했습니다. 3년 전쯤에는 분명히 치렁치렁하게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해서 사용해야 했고 가격도 매우 비쌌는데 어느 틈에 성능도 가격도 잘 조정이 되었습니다. 가상현실에서는 강남의 땅을 몇 백만 원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현실의 의류 산업계는 만만치 않은데 가상세계 제페토의 아바타를 위한 의상은 불티나게 팔린다고도 합니다. 미국의 서부 시대에는 먼저 가서 말뚝을 박은만큼 자기 땅이 되었다고 하지요. 그런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한번 들어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강물은 천천히 흐릅니다. 포근하고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막상 강물의 흐름에 몸을 담그는 순간 생각보다 빠른 물살에 당황하게 되지요. 


우리는 조용히, 현기증 나게, 변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어느 틈에 전혀 새로운 세상을 자연스레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180도 바뀐 그런 세상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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