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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r 16. 2020

언젠가는, 나중에...

- 손에서 놓지 않으면 결국 이룬다.

'언젠가는', '나중에' 이 두 어휘를 싫어했습니다. 늘 입에서 '언젠가는  ~할 거야', '나중에 꼭 ~해야지.' 이런 말을 달고 살았던 까닭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품고 미루다 보니 원하는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출발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싫었지요. 싫었습니다. 계속 나무 위를 부러워하면서도 한걸음도 발을 떼어놓지 못하는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 어휘를 싫어했나 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꽤 사랑스러워졌어요. '언젠가는',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두 어휘 때문에 꿈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언젠가는 할 거야, 나중에 해야지, 이렇게 미뤄두지 않았다면 양단간에 결정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시작하든가 포기하든가. 하지만 시작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면 그땐 좀 미뤄두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십 대를 지나 보내면서 단기간에 대성하리라는 기대를 버리게 됐습니다. 그 시절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의 재능도, 높은 벽을 뚫어낼 놀라운 에너지도 제게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삼십 대와 사십 대에는 가정이 생기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꿈에 전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핑계라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오래가야 했습니다. 


'나는 분명 스프린터는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마라토너일 수는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나아가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100미터 달리기를 위해 전력 질주하는 대신 42.195킬로미터를 달리기 위해서 속도를 낮추고 보폭을 줄였습니다. 대신 꾸준함이라는 모터를 달기로 했지요. 똑똑한 사람들이 보면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일 만큼요. (실제로도 그럴지 모르겠네요.)


중간에 이런저런 작은 성취들이 있었습니다. 방법을 바꾸길 잘했다, 언젠가는, 나중에, 하면서 미뤄두길 잘했다, 그런 생각을 요즘은 많이 합니다. 포기하는 대신 미뤄둔 덕분에 꿈을 옆에 둘 수 있게 되었고, 성큼성큼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거북이처럼 천천히 다가가게 되었으니까요. 


손에서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룬다,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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