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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13. 2020

삶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

- 시간과 장소를 구획하라

마키아벨리는 관직에서 퇴출되고 자신의 집에 은거할 때도, 고전을 읽을 때에는 과거에 입던 관복을 걸치고 일정한 시간 동안 독서와 사색을 했다고 하지요. 깜깜한 밤, 하루 4시간 동안의 독서와 사색은 일종의 출근이었을 것 같네요. 그렇게 일과 일상의 시간을 구별했던 겁니다. 마키아벨리는 백수일 때 자신의 정신과 일상을 지키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키아벨리가 그렇게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인간의 질서는 연속된 것을 구획하는 데에서 비롯되는데, 그에 따르면 일상의 시공간과 일의 시공간이 구별되어야 합니다. 그 구별이 무너지면 결국 질서는 무질서로, 혼돈으로 바뀌고 맙니다. 


제 경험으로는 군대에서 질서 있는 삶을 살다가 제대하고 나서 일상이 무질서하게 바뀌는 데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첫 직장을 14년간 다니고 퇴사를 한 뒤에 7개월 정도를 쉬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방 일상이 무너지더군요. 


그때 제가 선택한 방법은 국립 서초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에 나가는 것과 똑같이 9시까지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방식을 택했지요. 그렇게 일의 공간과 일상의 공간을 나누고 일하는 시간과 휴식의 시간을 나누자 간신히 삶의 질서가 유지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자칫 백수 생활이 가져다주는 게으름과 무질서의 늪에 빠져들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삶이 길들여지면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는 회사 생활을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일도 힘들어집니다. 일상을 통제하지 못하면 마감을 지킬 수 없거든요.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고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과 일상을 보내는 곳의 구별이 없이 살게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는 것이 편하고 즐거울 수 있지만, 스스로의 삶을 질서 있게 규율하는 방법을 모를 경우, 자칫 삶의 질서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습관이 형성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망가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삶의 질서는 습관입니다. 


자유와 자율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내적 규율이 있는 사람만 견딜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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