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수록, 내 존재를 옆사람한테 알려두는 중요함
나는 여행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버려질 뻔하여 국제미아'가 될 순간이 크게 세번쯤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12년, 칭다오에서 황산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였다.
지금이야 중국 기차역마다 전광판이 잘 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달랐다.
이곳이 어느 역인지 알려주는 안내판도, 친절한 방송도 거의 없었다.
기차가 멈추면 사람들 사이로 창문을 보면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여기 어디 역이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내가 탄 칭다오-황산행 기차는 무려 13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게다가 중간에 이유 모를 연착까지 겹쳤다. 황산 도착 예정 시간은 밤 12시.
타자마자 긴장이 풀렸던 걸까.
앞자리에 마주 앉은 또래의 젊은 중국 여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가족을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중국에서 지내는 이야기, 혼자 여행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낯선 기차 안에서의 짧았지만 서로가 누구인지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대화.
나에게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외로웠다.
밤 10시쯤이었을까. 긴장이 풀리면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안 돼. 잠들면 안 돼.
... 그런데
나는 결국 잠들어버렸다.
그것도 기차 의자 세 칸을 다 차지하고, 대자로 누워서.
“일어나!!!”
어깨를 세게 흔드는 느낌.
번쩍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인 건 아까 그 여성.
“여기 황산역이야! 너 황산 간다고 했잖아!”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창밖에 보이는 글자.
기차는 2분정도 정차했을려나? 아주 잠시 정차 중이었다.
자정 00시 12분.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서늘한 감각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녀는 내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더니 출구 방향을 손으로 가리켜주고,
심지어 내 캐리어까지 직접 들어서 플랫폼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나에게 2분은 짧지 않았다. 2분이 20분 같이 느껴졌다.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짐을 끌어안고 뛰어내렸다.
플랫폼에 발을 딛는 순간에 와... 살았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사람.
다시는 못 볼 사람.
하지만 그날 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황산을 지나 어딘가 더 먼 곳으로 국제미아가 되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나는 확실하게 배웠다.
혼자 여행은 쉽지 않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여행에서
그 밤의 중국 여성처럼 조용히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2012년, 황산역에서.
혼자 여행할 때일수록, 내 존재를 주변에 반드시 남겨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