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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머니

울면서 웃으시는 큰어머니

by 정건우

큰어머니/ 정건우


큰어머니가 어렵다고 한다는 전화가 와서

충남대학병원으로 올라갔다

창가에서 등을 말리시던 큰어머니는

초승달 같은 눈썹으로

서방님한테 미안해 죽기 힘들다고만 하신다

말라붙은 볼우물 혀끝으로 퍼올리

옛날 살붙이들 호명할 때마다 목을 놓으시는데

아버지와 삼촌과 고모 넷

먹이 보고 몰려드는 피라미 떼 같은

그 빠릿빠릿한 지느러미들이

역광 속에서 더욱더 생생해지는 눈 그늘에

온통 이슬로 아른아른한 것이었다

열아홉 살 새색시 가슴에 한가득했던 게

저녁샛별도 그때는 반짝이던 근심

내고 떠나며 묻지 않았던 시간 속에서

모두 갈 것이고, 어언간 조카도 이만큼 늙었다

문화 류 씨 경희 여사는 손등도 곱네

조카는 웃으며 우는데

울면서 웃으시는 큰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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