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을 분질러 물렁거리게 하는 약
5알파 환원효소 / 정건우
밀다 불거진 반죽이 아까워 자르지 않고
대충 말아 구운 탓에 못난이로 나온 빵 크루아상
그래도 식감은 저번 것보다 외려 낫다며
아내가 맛나게 먹는다
중환자실에서 죽다 살아난 뒤부터
어째 사람이 달라졌다고 아내는 대놓고 말한다
오천 원에 여덟 개 붕어빵을 애면글면
아홉 개로 받아 오질 않나
추석에 애들이 퍼지른 수건 다발을
한 시간이나 쪼그려 빨아서 죄다 널질 않나
그걸 말리고 개서 포개질 않나
안 하던 짓이 생판 기기묘묘하다는 것이다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한다는
비뇨기 약 때문일 터이다
남성성을 분질러 물렁거리게 하는 약
내 본능의 불가침 구역을 영화처럼 봉쇄해 버린
코스타리카 어느 접경의 게릴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