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환한 골목 끝

자꾸만 눈길이 왼쪽에 꽂히는

by 정건우

아주 환한 골목 / 정건우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 왼쪽 끝 부근에

그윽한 빵가게가 생겼다

몇 년간을 우울하게 잠겨있던 셔터를 걷어내고

벽에 매달은 빨간 차양 아래

주먹만 한 노란 알 불에 갓을 씌운 전등

다섯 개로 을 세운,

출입구 아래쪽이 온화한 빵집

가뭇가뭇한 실내 안쪽에서 조신한 주인이

내 또래 여인네라서가 아니라,

통밀빵 하나만 내놓은 고집 때문만도 아니라,

자근자근 속으로 들어와 박히는

저 은은한 문지방과 디딤돌들

할머니는 툇마루 한쪽에 호롱불 심지를 돋운 채

늦은 밤, 불콰하게 지쳐서 오는

젊은 아버지를 누이던 토굴 같은 문설주를

오도카니 밝히곤 하셨지

어른어른했던 그림자 때문일까?

골목 끝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발길에도 나는

자꾸만 눈길이 왼쪽에 꽂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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