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튜브 동영상
세계적 수준의 눈물 / 정건우
분위기가 묘해서 안방으로 가보니 아내가 펑펑 울고 난 후다. 아내는 침대에 걸터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환한 울음이었다. 눈물로 휑궈낸 눈코와 입술이 쌈배추처럼 상큼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우는 아내를 보았다. 아니지, 울고 난 표정이 깔끔하게 뒤처리된 얼굴을 처음 본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아내의 울음은 매번 나를 겁먹게 하지만 이번만큼은 뭔가 예감이 달랐다. 왜 울었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가 스마트폰을 내게 건넨다. 그녀를 울음으로 꾀어낸 것이 거기 있다는 것일 테다. 검색해 보니 유튜브 영상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나는 무척 진지한 모습으로 동영상을 감상했다. 좀체 울지 않는 아내를 울린 메시지의 압력에 아주 경건한 자세를 취한 채, 아내가 감격했던 것 이상으로 몰입해 보았다.
신호등 앞 정지선에 경찰 싸이카 두 대가 서있다. 그때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애가 경찰 앞에 멈춰 서더니 박력 있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었다. 망설임 없이 경찰이 경례를 받아주자 녀석은 손을 내리고 또 꾸벅하며 구십도 배꼽인사를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한 기자가 수소문하여 그 초등학생을 찾아 인터뷰하고, 경찰을 만나게 해주는 훈훈하고 감동적인 영상이었다. 커서 경찰이 되고 싶은 충동이 경례를 하게 한 동력이었음을 밝히는 녀석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이 귀여웠다. 삼분 남짓한 이 영상을 보자마자 아내는 마치 연못의 둑이 터진 듯이 눈물이 쏟아지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복받쳐 아예 꺼이꺼이 울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예순두 살이다. 소녀 같은 감성이 밀물처럼 들이닥쳐도 가슴을 울릴만한 감상은 일찌감치 물 건너간 지 제법 된 나이다. 종교적인 믿음이 빚어내는 인류애의 보편적인 정서 발현이라고도 보기 힘들다. 아내는 종교인이 아니다. 녀석이 박력 있게 거수경례를 하고, 경찰이 인사를 받아주는 순간부터 눈물이 터졌다는 것으로 보아 그녀를 울린 것은 마음의 밑바탕에 가라앉아있던 그 무엇일 게다. 일종의 자기 확신이 확인되는 순간이라고 할까?. 이를테면 정서적 질서의 아름다운 순응 같은 것일 테다. 공권력에 대한 감사와 믿음의 표현이 인간애라는 보편 정서로 되돌려지는 정연한 질서의 눈부심 앞에 환갑을 넘기도록 숙성된 시간이 즉발 시킨 반응일 것이다. 거창하지 않고 결코 요란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내가 우리의 모습으로 체현되는 광경은 눈물겹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고 외신이 전하는 요즈음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첨단 기술의 중심국가, K 컬처의 세계적 영향력, 우수한 교육 시스템, 뛰어난 의료 기술, 안전한 치안,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 인프라, 국토와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는 환경 관리, 글로벌 평화에 기여하는 노력, 위기를 극복하는 강한 국민성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세계인이 인정해 주는 이상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지방을 넘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나는 아내의 환한 울음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삶 속에서 구현되는 믿음과 소망, 확신이라는 추상이 환한 눈물의 구체로 정형화되는 힘. 김구 선생이 그토록 갈구했다는 문화의 힘. 그것은 고요하고 끈끈하며 결코 무너지지 않는 정서적 질서의 무한한 생명 순환의 힘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