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지 않은데 맘이 아팠다
집에 가는 길 / 정건우
길은 멀고 멀었다
날 저무는 해운대역에서
원주행 보통급행열차를 타면
깊은 밤의 끄트머리에 원주는 가마득하였다
열여덟 살이 된 내 허리는
아홉 시간 반을 서 있어도 아프지 않았다
차창의 성애를 지우면 어둠이 가고
홍천 가는 새벽 첫차에 나 홀로 남아 있을 때
서럽지 않은데 맘이 아팠다
어미는 세 살 먹은 나를 버리고 부산으로 가면서
내 어린 서러움 마저 데려가 버렸다
양구와 부산을 오가며 나는
서정주를 키운 팔 할의 바람과
뿌리 깊은 나무의 그 굵은 밑동을 생각했다
집에 온 첫날마다 아버지는 탕수육을 사 주셨다
어미가 왔었느냐고 또 물으시는데
둘은 여전히 별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