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제주도로 다크투어를 떠났다. 봄내음을 품은 바람은 뭍에서 온 우리들을 썩 반기지 않는 듯 연신 세차게 불어댔고 가는 곳마다 슬픔이 서린 그곳은 따스한 햇살만이 오늘을 살고 있었다.
제삿날, 시리와 어머니가 집을 나서 간 곳은 동굴이었다. 어머니는 말이 없다.
" 시리야, 그러니까..... 네가 세 살 때쯤이었단다.
여기에서 그 일이 있었던 게....."
"네 손은 꼭 움켜쥔 채로 굳어 버린 것만 같았어.
한참 후에 네 작은 손이 풀렸는데 그 안에 나무 도장이 있었단다.
나중에 그 도장 주인을 찾아보니 가족들까지 모두 돌아가셨더구나."
"어머니, 그럼 나도 빨갱이예요? 빨갱이가 뭐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바다 건너 들어온 말이지......"
제주도는 여전히 동백꽃이 흐드러진 푸르고 아름다운 섬이다.
그림책 길 따라 가본 그곳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려 나온 이들은 당시 가족, 친척을 잃은 사람들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환하게 보고 들은 걸 담담하게 때론 흥분하며 말을 하는 그분들 위로 하늘은 파랬고 겨울 동안 더 여물어진 덤불 속 빨간 열매도 책에서 튀어나온 듯 듬성듬성 주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