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책모임을 다시 시작하며 최근 함께 읽은 책은 생태 인문학의 고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입니다. 월든을 읽으면 생각나는 그림책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방대한 소로의 세계관을 이렇게 미니멀하게 잘 나타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입니다.
헨리(짐작 가는 1인)와 친구는 시골 구경을 위해 48km 거리인 피츠버그까지 가기로 합니다. 함께 가는 게 아니고 각자의 방식으로 말이죠. 당연히 헨리는 산 따라 강 따라 천천히 주변 구경하며 걸어서 가기로 하고 친구는 먼저 돈을 벌어 기차표를 사서 편하게 기차를 타고 가겠다 합니다.
"신나게 일하렴." 헨리가 말하고
"신나게 걸으렴." 헨리 친구가 말하지요.
두 사람의 피츠버그까지 가는 과정이 어떠했을지는 우리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면 충분히 상상 가능합니다.
헨리가 달빛이 환하게 비출때 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친구는 벤치에 앉아 달빛을 감상하고 있었어요.
"기차로 오는 게 더 빨랐어." 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알아! 나는 딸기를 따느라 늦었어." 라며 헨리는 가방에서 통을 꺼내며 환히 웃습니다.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신나게 돈벌이를 했는지, 신나게 걸었는지가 중요하겠지요. 헨리는 딸기통을 꺼내며 웃는 걸 보니 신났던 것 같고... 먼저 와 달빛을 감상하고 있었던 친구는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