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
어쩌다 삼일 연속 글을 올리는 사고가 있었다.
브런치 시작 후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꾸준히 올리다가 점점 조금씩 간격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3주 가까이 글을 쓰지 못하는 날도 생겼다.
갈수록 글 쓰는 게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갈수록 생각만 많아지고 쓰지는 못한다.
마음의 변비처럼 기분이 묵직해지고 옆에 사람들한테 짜증만 났다.
아예 다 그만둬 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그런데 내가 뭘 시작했었나???
딱히 시작한 일도 그만둘 일도 없는데, 참 어이없는 생각과 어이없는 질문들….
어떻게 기분을 다독여 한편을 올리고 보니, 실타래 풀리듯 작가의 서랍에 메모하지 않은 생각이 슬쩍 올라와 또 한편을 올리게 되었고, 비슷한 제목이 생각나 다음날 또 올리고, 처음으로 삼일 연속 올리는 기이한 일이 생겼다!
오또카지?
백일 쓰기, 한 달 쓰기도 하던데 내친김에 일주일 쓰기라도 한번 해볼까???
너, 그렇게 쓰고 싶니?
마음은 벌써 마지막 날까지 달려갔다.
이렇게 쓰기로.
나와 마음은 약속을 해버렸다.
일주일 연속 한번 써보기로.
약속을 한 순간 쓸 일이 또 막막해져 버린다.
진짜로 오또카지?
마지막 날은 이렇게 쓰고 그럼 중간 3일은?
쓰다만 거 이어 쓰고
써놓은 거 다시 정리하고
쓰고 싶은 거 쓰고
말이 쉽지…
어디에 홀린 사람처럼 태블릿 앞에서 쓰는 시간보다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으니
재택근무 재택 학습자가 걱정한다.
누가 쓰라 했는데???
내가 쓰라 했다고!
내 작은 소망이야.
이렇게 7일을 채웁니다. 어쩐지 조금 얄팍한 것 같습니다. 휙 지나가던 일주일이 왜 이렇게 길던지요. 어디 자가격리되었다 풀려난 것 같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감옥>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꼭 황홀한 글감옥에 갇혔다 나온 것 같기도 하고요. 한편 쓰는 것도 글감옥인데 연달아 7편은 대단한 글감옥이었지만 ‘황홀한’ 이란 형용사를 꼭 붙이고 싶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지요.
나름 힘들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글쓰기 공포감? 권태기?를 좀 벗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찾아올 것이고, 당장 다음 글이 또 막막해질지도 모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미있는 경험이었고 매일 쓰기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