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 따위를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한 산문 형식의 글’이다.
혹은 ‘붓을 따라서, 붓 가는 대로 써놓은 글’ 이라고도.
영어로는 essay….
어느 의류 광고 카피가 ‘수필 같은 옷’이다.
마음에 바람이 들어온다.
수필과 옷을 연결하다니, 전혀 어울릴 일 없는 두 단어가 만나 어떤 이미지가 극대화되는 듯하다.
카피의 세계란!
그래서 수필 같은 옷은…
리넨 셔츠였다!
리넨의 계절이 왔으니까.
소소한 바람에 흔들리는 구겨진 리넨 셔츠~
구매욕은 일지 않으나(또 모르지, 지나가다 보이면 지갑이 저절로 열릴지), 콕 박히는 문구는 마음에 바람을 일으켰다.
수필 같은, 수필 같은…
이슬아 작가도 에세이보다 수필이란 말이 좋아 에세이집 제목을 ‘이슬아 수필집’이라 했다던데.
예스럽다고 생각한 단어, 수필이 들어왔다.
온갖데 쓰고 싶어 진다.
수필 같은 길, 수필 같은 풍경, 수필 같은 시간... 또 어디에 갖다 붙여 볼까.
이사 온 동네에서는 느닷없이 길가다 동물들을 만난다.
백로의 계절인지 물 있는 곳엔 언제나 있다.
뱀과 회색빛 왜가리? 종류를 만나기도 했다. 앞만 보고 걷는데 발밑에 뱀이, 코앞 다리 난간에 사뿐히 내려앉는 큰 왜가리를 만났을 때 잠깐 우리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조금 경이롭다. 멀리 보이면 조심해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바로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면 잠깐 긴장감이 깃든 장면은 곧 사라진다. 매우 예민한 그들에게 폰을 들이대는 건 예의가 아니다. 자그마한 자벌레도 폰을 들이대면 길 재기를 멈춘다.
재래시장에서 여주산 생땅콩을 샀다. 밑바닥이 두툼한 오래된 냄비에 볶아 빨리 식히고 싶어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 앞에 놓았다. 점점 올라오는 미세한 소리들, 껍질이 터지며 쫘알쫘알 같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다. 개구리 합창처럼 작은 소란이다.
수필 같은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