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 오월은,
아름다워 슬픈 계절
혼자 남은
병들고 외로운 늙은 여인들
집 울타리 장미가
올해도 탐스런 꽃을 피웠다.
소싯적에 습관처럼 장미를 탐했었지.
무지랭이처럼 살아도 화려한 장미만이
내가 심을 수 있는 꽃인 듯
사서도 심고 얻어도 심고 꽃도둑도 기꺼이
언제나 빨간 장미만을.
장미가 피고 지고 피나
그녀들은 지고 지고
계절의 순환은 다르게 흘러
화창한 오월
거동이 불편한 율리 할머니
밤낮없이 누워있고
귀가 먹은 댓골 아지매
티브이 큰 소리 앞에서
꼬박꼬박 졸다 밤낮이 헷갈린다.
담벼락
그때의 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그녀들은 오월 장미를 잊었다.
아무도 심지 않아
아무 데나 자리 잡은
하얀 들장미는
사랑도
그리움도 기다림도 없어
지나가는 모든 이 반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