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essbut

장미들

by 여름지이



고향마을 오월은,

아름다워 슬픈 계절

​혼자 남은

병들고 외로운 늙은 여인들


집 울타리 장미가

올해도 탐스런 꽃을 피웠다.


소싯적에 습관처럼 장미를 탐했었지.

무지랭이처럼 살아도 화려한 장미만이

내가 심을 수 있는 꽃인 듯

사서도 심고 얻어도 심고 꽃도둑도 기꺼이


언제나 빨간 장미만을.


​장미가 피고 지고 피나

그녀들은 지고 지고

계절의 순환은 다르게 흘러


​화창한 오월

거동이 불편한 율리 할머니

밤낮없이 누워있고

귀가 먹은 댓골 아지매

티브이 큰 소리 앞에서

꼬박꼬박 졸다 밤낮이 헷갈린다.


​담벼락

그때의 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그녀들은 오월 장미를 잊었다.




​아무도 심지 않아

아무 데나 자리 잡은

하얀 들장미는

사랑도

그리움도 기다림도 없어

지나가는 모든 이 반가울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