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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Dec 07. 2022

겨울 할머니가 이불을 털었다

그림책,  <겨울 할머니>

하얀 거위들을 데리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어요.

봄인데도 눈보라같은 하얀 깃털을 날리는 거위들을.

여름 동안 할머니는 눈처럼 하얗고 달처럼 빛나는 깃털을 모으고

가을이 오면 깃털을 푹 채운 이불을 꿰매죠.

그리고 밤이 가장 긴 날이 오면,

할머니는 깃털 이불을 높이 펼치며 털기

시작한답니다. 그러면,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기 시작해요.


아이들은 집 밖으로 뛰어나오고,

어른들은 바빠지기 시작하지요.

장작을 높이 쌓고

스웨터와 벙어리장갑, 스키를 찾아 주느라.


홍관조와 박새는

몸을 떨며 깃털을 부풀려요.

땅 속 벌레들은 굴을 더 깊이 파요.

신부나비는 텅 빈 통나무 안에서 잠을 자요.

비단거북과 개구리는

연못 진흙 속에 몸을 묻어요.

뱀은 오래된 굴 속에서 몸을 똘똘 말아요.

검은 곰은 하품을 하며

산허리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고요.


실컷 논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

깃털 이불을 마지막으로 턴 할머니도

촛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갑니다.

소나무에 있던 바람의 속삭임,

“쉿, 겨울 할머니 주무신다.”


겨울 할머니가 잠든 동안 거위들은,

날개 속에 머리를 묻고 봄을 기다립니다.

둥근 판화 그림이 포근하다


봄을 기다리기엔 봄이 가깝다. 봄 같은 가을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달리는 사계절 열차가 불쑥 겨울에 당도한 기분.


오늘은 24절기 중 대설. 겨울 할머니가 마침 알맞게 이불을 털어 주었다. 지난 토요일보다 더 내려 제법 쌓였다.

아침 산책길 철새들이 많이 보인다.

늘 보이던 흰빰검둥오리와 다른 색깔 오리들이 짝을 지어 다닌다. 어디서 왔는지 큰고니(백조) 무리는 여전히 유유자적이다. 또 한 무리의 백로떼들은 부리를 들고 두리번거리고만 있다. 눈이 데려온것 같은 철새들이 반갑다. 강마을이 새들 때문에 조금 들썩해진 분위기다. 가던 길 자꾸 멈춘다.

모두 자연의 수수께끼다.


*겨울 할머니/ 필리스 루트 글, 베스 크롬스 그림, 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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