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겨울 할머니>
하얀 거위들을 데리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어요.
봄인데도 눈보라같은 하얀 깃털을 날리는 거위들을.
여름 동안 할머니는 눈처럼 하얗고 달처럼 빛나는 깃털을 모으고
가을이 오면 깃털을 푹 채운 이불을 꿰매죠.
그리고 밤이 가장 긴 날이 오면,
할머니는 깃털 이불을 높이 펼치며 털기
시작한답니다. 그러면,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기 시작해요.
아이들은 집 밖으로 뛰어나오고,
어른들은 바빠지기 시작하지요.
장작을 높이 쌓고
스웨터와 벙어리장갑, 스키를 찾아 주느라.
홍관조와 박새는
몸을 떨며 깃털을 부풀려요.
땅 속 벌레들은 굴을 더 깊이 파요.
신부나비는 텅 빈 통나무 안에서 잠을 자요.
비단거북과 개구리는
연못 진흙 속에 몸을 묻어요.
뱀은 오래된 굴 속에서 몸을 똘똘 말아요.
검은 곰은 하품을 하며
산허리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고요.
실컷 논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
깃털 이불을 마지막으로 턴 할머니도
촛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갑니다.
소나무에 있던 바람의 속삭임,
“쉿, 겨울 할머니 주무신다.”
겨울 할머니가 잠든 동안 거위들은,
날개 속에 머리를 묻고 봄을 기다립니다.
봄을 기다리기엔 봄이 가깝다. 봄 같은 가을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달리는 사계절 열차가 불쑥 겨울에 당도한 기분.
오늘은 24절기 중 대설. 겨울 할머니가 마침 알맞게 이불을 털어 주었다. 지난 토요일보다 더 내려 제법 쌓였다.
아침 산책길 철새들이 많이 보인다.
늘 보이던 흰빰검둥오리와 다른 색깔 오리들이 짝을 지어 다닌다. 어디서 왔는지 큰고니(백조) 무리는 여전히 유유자적이다. 또 한 무리의 백로떼들은 부리를 들고 두리번거리고만 있다. 눈이 데려온것 같은 철새들이 반갑다. 강마을이 새들 때문에 조금 들썩해진 분위기다. 가던 길 자꾸 멈춘다.
모두 자연의 수수께끼다.
*겨울 할머니/ 필리스 루트 글, 베스 크롬스 그림, 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