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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22. 2019

캄보디아 프놈펜의 첫인상



캄보디아를 여행하기 제일 좋은 계절은 1월 말경이란다. 선선하고 건조해서. 그 후에는 점점 더워져서 4월경에는 40도까지 올라간단다. 나는 그 4월에 프놈펜 국제공항에 내렸다. 그렇게 더운 줄 모르고. 그래서인지 비행기 승객 중에 단체관광객들을 보지 못했다.

부친 짐도 없고 비행기 자리도 앞자리여서 프놈펜 공항의 입국심사와 세관을 통과하는데 10여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준비해 간 비자로 입국심사도 바로 이루어졌고 작은 기내 가방 하나를 끌고 나가는 나를 세관에서도 불러 세우지 않았다.

캄보디아는 한국인에게 비자를 요구하는데 관광비자를 받는 방법은 세 가지다. 서울의 캄보디아 대사관을 방문하여 받는 방법도 있으나 두 번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어 대부분은 도착비자(30불)를 캄보디아 공항에서 받거나 e-Visa(36불)라 하여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이메일로 받는다. 도착비자를 받기 위해 공항에서 서류를 작성하느라 지체하는 것이 싫어, 나는 여행 떠나기 이주일 전에 e-Visa를 신청했다.

캄보디아 e-Visa를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많은 사이트가 나온다. 워낙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이 사이트들은 대부분 비자 수속 대행 사이트들이다. 여행과 여권 정보를 입력하고 마지막 결제화면까지 오면 75,000원을 요구하거나 80불을 요구한다. 나도 하마터면 낚일 뻔했다. 온라인으로 비자를 받고자 하는 개인과 캄보디아 정부 사이에 온라인으로 끼어들어 비자비용 이상의 대행료를 챙기는 비즈니스 모델 아니 피싱(fishing) 모델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고, ‘눈 뜨고 있는데 코 베어 간다’는 속담도 떠올랐다. 비자 신청을 꼭 본인이 할 필요는 없다. 대사관을 오고 가는 수고를 대신해주고 대행료를 받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렇지만 온라인 비자를 온라인 상에서 대행하고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아주 그럴듯한 홈페이지를 구축한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은 왠지 씁쓸하다.

프놈펜의 많은 호텔들이 공항 픽업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 보통 편도에 차량 한 대에 12불을 요구한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20불을 요구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깨끗하고 큰 도요타 SUV와 쏠쏠한 커미션) 입국장 로비가 붐비지 않아 마중 나온 운전기사를 쉽게 찾았다. 기사가 나를 공항 밖으로 안내한다. 공항 주차료를 절약하기 위해 공항 밖 도로에 주차한 것이다.  밤 11시의 프놈펜 시내는 한산했다. 난폭하거나 과속하는 차량들을 보지 못했고 특히 경음기 소리도 거의 없었다. 오토바이와 툭툭들도 자주 보이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공용도로를 함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밤에 바쁜 사람들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동남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Grab 이 성업 중이다.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공항까지의 요금도 7불 내지 8불 정도이고 1분 내에 바로 차량과 기사가 배차된다. 차량은 대부분 도요타 프리우스이고 간혹 캠리나 렉서스 RX가 있기도 했다. 가까운 거리는 2불 내지 3불이다. 공항에서 캄보디아 심카드를 사거나 이즈음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와이파이 도시락이 있다면 나도 공항에서 Grab을  쉽게 이용했을 것이다. 점점 호텔의 픽업 서비스와 택시가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까지는 10킬로미터이고, 호텔이 많은 리버사이드까지도 12킬로미터 정도이다. 톤레삽 강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크고 긴 메콩강과 만나는 지점에 프놈펜이 있다. 프놈펜의 숙박비는 하루에 300불이 넘는 최고급 호텔도 여럿 있지만, 3성급 호텔은 50불 정도이다.(여행 비수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20분 정도를 한산한 프놈펜 시내를 조심스럽게 통과하자 눈에 익은 호텔의 입구가 보인다. 이미 예약할 때 호텔 사진들을 충분히 보아뒀기 때문이다. 낯설지 않음에 친근감이 생기고 경계심도 풀어진다. 이제는 가보지 않았어도 구글맵을 통해서 전 세계 모든 곳의 모습을 가기 전에 기억해 둘 수 있다. 마치 가보았던 것처럼. 아니 가본 것보다 더 생생하게...

메콩강변에 위치한 호텔은 발코니에서 눈을 돌리면 강이 보인다. 강변에 조성된 공원도 보이고 노천카페들도 보인다.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32도가 넘는다고 아이폰의 날씨가 알려준다. 노천카페에서 서양인 관광객 커플이 앉아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밤새 에어컨을 켜고 자다가 발코니로 나서면서 헉하고 숨이 막혔다. 사우나실로 들어갈 때처럼...

캄보디아에서는 환전할 이유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곳에서 달러와 캄보디아 돈이 혼용되고 있다. 오히려 달러가 선호된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모든 음식점의 메뉴가 달러로 표시되어 있고 투어 상품이나 국립 박물관의 입장료도 달러로 받는다. 거스름돈도 달러로 주고 1달러 미만은 캄보디아 돈으로 준다. 지금(2019년 4월) 1달러가 4100 KHR 정도이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이 캄보디아 관광의 중심이고 수도인 프놈펜의 관광명소는 ‘킬링필드’와 관련된 유적들이다. 1975년부터 1979년 초까지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캄보디아 공산당인 크메르 루즈가 캄보디아를 통치했다. 이 기간 동안 캄보디아 전 국민의 1/4 이상인 200만 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와 강제노역에 동원되어 죽은 사람도 많지만 공산당의 고문과 처형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죽였다. 크메르 루즈가 꿈꾼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특히 교육을 받은 전문직과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거의 전부 처형되었다. 유토피아 건설에 방해된다고. 초기 크메르 루즈의 핵심 간부들도 3/4은 통치기간 중에 처형되어 죽었단다. 서로를 믿지 못하여. 심지어 글자를 읽을 줄 안 다하여 고문에 의한 자백으로 처형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인적자원의 큰 손실이 지금도 캄보디아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단다.

강변 호텔에서 이틀을 자고 숙소를 옮겼다. 불편하거나 불만이 있어 옮긴 것이 아니고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옮겼다. 그러나 두 번째 호텔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첫날밤은 침대에서 책 읽다 쓰러져 자느라 환하게 불 켜고 잠들어 많이 물리지 않았는데 둘째 날은 밤 두 시에 가려워서 깰 수밖에 없었다. 불을 켜고 이불을 걷고 보니 침대에 까만 점들이 여럿이다. 꾹 누르니 하얀 시트에 검붉은 자국을 남긴다. 호텔을 예약할 때 당연히 리뷰를 보는데 벌레들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구글맵에서 호텔을 찾아 리뷰를 살피니 최근 리뷰에 벌레들과 잤던 사람들의 리뷰가 몇 개나 있다. 옛날 리뷰는 괜찮은데 2주 전과 어제 올린 리뷰에 벌레에 대한 얘기가 있다. 구글맵의 리뷰는 본인만 확인되면 아무 때나 남길 수 있지만, 호텔 예약 사이트의 리뷰는 숙박이 완료되고 며칠 뒤에나 올릴 수 있다.


프런트에 전화해 야간 당직자를 불렀더니 베개와 시트의 벌레들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방을 바꿔주겠단다. 미안했는지 아니면 빈 방이 없었는지 같은 층의 스위트룸으로 밤 세시에 방을 옮겼다. 한 밤의 소란으로 다시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구글의 호텔 리뷰에  ‘Bedbugs!!’라고 남기고 브런치를 한다.

‘벌레들의 번식과 생존을 위해 비자발적 헌혈을 했다.’


p.s. 이틀 동안 물리며 헌혈한 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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