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Oct 30. 2020

탄신 기념 주간

일 년을 용케 살아냈다.




육순, 환갑, 진갑을 지나 특별한 이름도 없는 만 62세 생일을 맞았다.(어르신 무료 독감 백신도 함께...)


육순(만 59세)을 기념하여 오토바이 면허(2종 소형)를 취득하고( https://brunch.co.kr/@jkyoon/170 ),

환갑(만 60세) 때는 거의 한 달 동안 페스티벌을 했는데( https://brunch.co.kr/@jkyoon/213 ).

작년의 진갑(만 61세)은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없다.

이렇게 생일을 보내면 안 된다. 기억에 남을 무엇인가를 하며 생일을 자축해야 한다.


기억에 남을 무엇????


EBS에 유명한 의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명의'라고.

얼마 전에 본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탈모치료의 명의였다. 남성형 탈모도 이제는 약으로 진행을 멈출 수 있단다.

탈모약 처방은 피부과 소관이다. 그래서 집 앞이나 다름없는 서울대병원 피부과에 예약을 했다.

젊은 여자 선생님이 손수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아보다트를 처방해 준다. 아보다트가 원래 전립선 약으로 개발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립선 약을 복용할 나이가 되었다. 그 약이 탈모에도 효과가 있다면 1타 2피!!!!

약의 효과는 3달 내지 6달을 꾸준히 먹어야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3달 후에 보잔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가란다. 결국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사진으로 판별하는구나 했다.


Before & After.


자축을 하자. 어떻게 자축을 할 것인가?


이미 식구들의 축하는 생일 전 토요일 저녁을 함께 하며 충분히 받았다.

생일선물도 내가 갖고 싶던 드라이버(골프채)를 인터넷으로 내가 주문하고, 셋(아내, 딸, 아들) 이서 분담하라고 가족 카톡방에 통보했다. 내 생일선물 때문에 하고 있을 고민을 덜어준다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생일이 낀 주간을 탄신 기념주간이라 부르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밥을 샀다. 밥을 얻어먹은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영혼 있는 축하인사를 첫 건배와 함께 외칠 수밖에 없다.


생일 당일!

데이터베이스에 내 개인 정보를 갖고 있는 은행을 비롯한 기관들의 영혼 없는 축하 메시지들과 함께, 미리 밥을 얻어먹고 축하인사를 건넸던 친지들이 당일 아침 카톡으로 생축 메시지를 보내온다. 탄신 주간이 아니라 탄신 월을 기념하라며...

늦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집을 나섰다. 일단 동네 목욕탕에 가서 침례 의식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자른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매달 13일에 꼭 침례와 이발을 하자고...

그리고 일 년마다가 아니고 매 달 자축하자고...


탄신 기념 주간에 만나지 못한 허물없는 친구에게 저녁에 뭐하냐 했더니 별일 없단다. 오늘이 내 생일이니 저녁 함께 하자 했다. 생일을 기억 못 해 미안하다며 친구가 저녁을 거하게 산다.


또 일 년을 용케 살아냈음을 이렇게 자축하며 탄신기념주간을 보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Not so differen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