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north
구글맵을 켰다. 누나가 3박을 예약해 준 Hostel del norte를 입력하니 공항에서 21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소요시간 21분이라고 내비가 알려준다. 공항 진입로를 나와 11번 국도를 따라 가면 바로 엘 칼라파테다. 주차장에서 나오니 바로 큰길이다. 운전하기는 쉽겠단 생각이 든다. 차가 한 대도 없는 일직선 도로가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시간은 오후 네시지만 해는 아직 쨍쨍하다. 시차와 긴 이동 시간에 몸과 마음이 다 방전되기 직전이다. 배터리 잔량 1% 수준이다. 그러나 이 먼 낯선 땅에 나 혼자 숙소까지 차를 몰고 찾아가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완전 방전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나마 렌터카 주차장에서 니코틴을 연달아 두대나 보충한 것이 심장을 뛰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스텔에 도착했다. 마침 주차장에 자리가 있다. 주택가에 위치한 호스텔은 오래되고 허름한 2층 건물이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알려져 많이 찾는다는 것은 아마도 다른 호스텔에 비해 값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파타고니아 올 때마다 이 호스텔을 이용했다고 했다. 시차극복과 체력 회복을 위해 며칠을 머물렀다고 했다. 호스텔에도 욕실을 갖춘 일인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회사 업무 출장이야 회사와 계약한 여행사에서 적당한 호텔을 항상 잡아주니 나는 이제껏 호스텔에 자본 적은 없다. 사실 호스텔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배낭 여행객들이 찾는 값싼 숙소가 호스텔이다.
아버지는 이런 숙소를 전전하며 혼자 여행했다. 그렇게 큰돈을 번 적도 없지만 그렇게 어려웠던 적도 없다. 아버지가 돈 쓰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끊임없이 여행 다니는 것과 자동차다. 남자에게 자동차는 과시적 소비의 가장 확실한 품목이다. 과시적 소비는 크고 근사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크고 근사한 자동차보다는 다수의 자동차를 소유했다. 내 기억에 본인이 사용하는 차가 두대 이상이었다. 괜찮은 차와 마구 사용해도 부담 없는 차를 항상 소유했다. 부담 없는 차를 소유하는 이유는 괜찮은 차를 아끼기 위함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부담 없이 타는 오래된 중고차라도 외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지 기계적인 상태는 거의 완벽하게 유지했다. 내가 재수하여 대학교를 입학하자 아버지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라고 독려했다. 그리고 12년 된 현대 마르샤로 도로연수를 아버지한테 받았다. 수시로 내가 마르샤를 운전하다 여기저기 흠집 냈지만 통과의례의 일종이라며 그냥 지켜보기만 하셨다. 운전병으로 군대를 가게 된 것도 아마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침대에서 눈을 뜨니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여인이 보인다. 속이 다 비치는 흰옷을 입고 있다. 풀문(full moon)이 테라스의 여인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다. 노란 달빛이 여인의 흰 옷을 뚫고 알몸의 선을 거의 다 드러내고 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그 여인의 등 뒤로 다가간다. 등 뒤에서 감싸 오는 네 개의 손에 그 여인은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나의 왼쪽 손이 그녀의 왼쪽 젖가슴에 닿는다. 탱탱한 탄력과 함께 크기가 느껴진다. 오른쪽 손의 움직임이 옆에 있는 아버지에 방해받고 있다.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본다. 그제야 아버지도 나를 돌아본다. 빙긋이 미소 지으며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드디어 그녀는 온전히 나의 두 손에 안겨진다. 그녀의 흰 옷은 가까이 보니 길게 늘어진 블라우스다. 블라우스 하나만 걸치고 있다. 오른손이 오른쪽 가슴을 찾아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좀 전에 왼손으로 느낀 가슴과 똑같은 오른쪽 젖가슴이 한 손에 다 담기지 않는다. 여인의 엉덩이 뒤에 바짝 붙은 나의 물건이 점점 딱딱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내 물건을 비벼본다.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나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오른쪽 젖가슴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옮긴다. 젊은 여인답지 않은 풍만한 배를 지나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더 깊이 내려가기 위해 내 오른쪽 어깨가 숙여진다. 손가락이 그녀의 팬티에 닿았다. 용기를 내어 더 아래로 손을 뻗는다. 그녀의 깊은 곳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려는 순간 그녀의 엉덩이에 눌린 내 물건이 꿈틀거린다. 그 순간 갑자기 키스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솟구친다. 두 손을 올려 그녀의 얼굴을 잡아 돌린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처음 보지만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입술을 꼭 다문 입은 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그녀의 꼭 다문 입술로 내 입술을 가져간다. 밑의 내 물건이 비명을 지른다.
꿈이다. 사타구니에 축축한 느낌이 온다. 얼마만의 몽정인가? 내 물건을 누르고 있던 것은 그녀의 엉덩이가 아니라 체조 매트리스 같은 엄청 무거운 담요였다. 저녁식사도 거르고 침대에 누웠었다. 시계를 보니 열 시간 이상 잤다. 창문 틈새로 파타고니아의 바람이 실내를 휘젓고 있고 벌써 하늘이 훤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그것도 몽정하기 직전에. 꿈은 무의식이 의식의 세상으로 잠깐씩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라고 한다. 꿈을 잘 기억해낼 수 있다면 꿈을 분석하여 인간 내면의 문제들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꿈은 매일 꾸지만 꿈을 기억하기는 어렵다. 너무 생생한 꿈은 오랜만이다. 무척 피곤했나 보다. 그래서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이 보였나?
계속(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