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을 남자가 하는 이유?

왜 청혼을 남자가 하는 걸까?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대기업을 6년 다니고, 비혼을 선언( https://brunch.co.kr/@jkyoon/313 )하더니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 정착하여 하루는 낚시하고, 하루는 물질(프리다이빙)하고, 날씨 안 좋은 하루는 쉬며 살고 있는 아들을 보다가...

'비혼을 언제까지 유지할까? 설마 평생을 혼자 살지는 않겠지? 청혼할 여자가 없나?'

가파도 소망 전망대( https://brunch.co.kr/@jkyoon/314 )에서 핑크빛으로 도색된 청혼의자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다가 의문이 들었다.

왜 남자가 청혼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여자가 청혼을 하면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까?

남자가 청혼을 하는 것과 수컷 공작이 화려한 날개를 펴고 암컷을 유혹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짝을 이루어 번식하는 새들의 세계를 본 적 있다. 수컷이 열심히 보금자리를 만들고 암컷을 소리 높여 부르면 암컷이 보금자리를 둘러보고 짝짓기 여부를 결정한다.

진화가 암컷의 선택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이 다윈의 '성 선택(Sex Selection)'이론이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컷은 암컷이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화려한 날개, 거추장스러운 큰 뿔,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 그럴듯한 보금자리 등등을...

우리 부부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미국에는 결혼 전에 ‘프러포즈’라는 관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 여성은 남성이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값비싼 반지를 내밀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때로는 몇 년 동안이나). 그런 연후에 운 좋은 여성은 자신의 반짝이는 보석을 감탄하는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청혼은 내 조부모 시절에는 유럽에서 표준적 관습이었지만, 신부 자신보다는 신부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나는 미국인이 이 청혼 풍습을 아주 좋은 의식이자 심지어 행복한 의식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명백한 젠더 비대칭성에 우리는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았다.

프란스 드 발의 ‘차이에 관한 생각’ p.119

프란스 드 발은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후 프랑스 여자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주한 영장류 학자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네덜란드 출신이라 미국에서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젠더 차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한 페미니스트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6.25 전쟁을 겪으며 시작한 한미동맹이 반세기 이상 지속되다 보니 많은 미국 문화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청혼을 남자가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가 한미동맹이 너무 오랫동안 굳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