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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Sep 11. 2021

아름다운 순간의 불멸화

글쓰기가 사랑한 것을 불멸화 하려는 노력이라면 사진은 아름다운 순간을 불멸화 하려는 시도다.


아름다운 순간을 붙잡아 두려는 시도는 여기저기서 행해진다.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 지금의 젊고 아름다운 몸을 불멸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1958년생 어르신인 나는 바디 프로필은 못 찍겠다.


관광지를 가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어쩔 줄 모른다. 사진 찍기에만 정신 팔려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도 있고, 사진과 비디오 촬영하느라 맨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남는 것은 사진이라면서...


엄마 아빠들은 아이의 재롱을 사진과 비디오로 남긴다. 백일이나 돌에는 전문 사진관에서 근사한 사진을 남긴다. 커플이 주인공인 일생의 가장 큰 행사인 결혼식은 온갖 꽃으로 치장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사진과 비디오를 만든다.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위한 결혼식 행사에 하객들은 엑스트라 역할을 하느라 초대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를 전문으로 찍는 스튜디오(MML studio, https://mmlstudio.modoo.at/ )에서 사진을 찍었다.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도 처음이지만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었다. 무슨 옷을 입고 찍어야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섯 벌이나 들고 갔다. 선글라스, 모자, 샌들  소품도 준비했다. 아마  백장은 찍은  같다. 자동차의 위치를 잡느라 시간도  걸려 거의 반나절 동안 촬영을 했다. 그리고 나온 사진은  세장! 영정사진을 찍고 나면 삶이 달라진다는데 내가 정한 수의를 입고 아끼던 자동차와 사진을 찍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2002년 12월 26일에 미국 Penn. state university에 교환교수로 있을 때 산 자동차를 몰고 시흥의 스튜디오를 갔다. 현대의 그랜저(미국 현지명은 아제라)나 소나타를 미국 현지에서 구입하고 이삿짐으로 태평양을 건너 갖고 오면 통관 세금이 면제다. 가성비면에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나는 왠지 국산차를 사고 싶지 않았다. 미국이니 미국차를 사고 싶었다. 포드의 머스탱이나 GM의 카마로에 눈이 가기도 했지만 큰 배기량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2003년형 크라이슬러 Dodge Intrepid SE를 구입했다. 자동차의 사이드라인(디자인 전문용어로는 프로파일)이 나를 사로잡았고 가격은 현대 그랜저보다도 저렴했다. 미국 경찰차로 사용될 만큼 미국에서는 아주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자동차다. 귀국할 때는 중고차 가격의 25% 정도의 세금을 물었던 것 같다.


이 모델은 한국에 수입된 적도 없고, 이제는 무려 19년 차에 들어섰기에 지금 한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유일한 자동차 임에 틀림없다.( https://brunch.co.kr/@jkyoon/97  )


모든 기계의 수명이 있듯이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수명은 10년 내지 15년이 한계라고 생각한다. 교환부품의 수급이 어려워져 정비와 수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수없이 많은 근사한 자동차가 끊임없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사이드라인이 우아한 인트레피드도 이제는 아마존에서 새 부품을 찾기가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중요 부품이 수명을 다해 도로 한 중간에서 서버릴지 모른다.


반려동물에 대한 감정이 애틋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자동차에 대해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 자신의 자동차가 너무 사랑스러워 자동차와 결혼하겠다고 혼인신고를 했다가 거절 당한 미국 남자 얘기를 읽은 적 있다. 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종의 저장강박증( https://brunch.co.kr/@jkyoon/40 )이 있다. 추억이 있는 물건들은 버리지 못한다. 추억에 대한 일종의 집착이다. 그러나 수리할 수 없는 자동차를 폐차하지 않고 모셔둘 수는 없다. 아마도 몇 년 내에 인트레피드에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다.


버려야 새로 장만할 수 있다. 팔아야 새로 구입할 수 있다. 끊어야 새로 연결될 수 있다.

수의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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